시집에서 읽은 시

옥외계단/ 이수

검지 정숙자 2020. 4. 4. 02:14



    옥외계단


    이수



  한 손은 벽을 짚고 다른 손은 허공을 짚고 있어

  난간은 공중과 지상이 이음선일까 경계선일까


  접경에 사는 것은 방아쇠가 장전된 물속 같은 오후

  옥탑방은 마지막 지상의 섬

  공기 중에 모래 가루 떠다니고

  그는 세상의 중간 지점엔

  가파른 계단에 앉아 웅크리고 있어


  바람 부는 날은 흔들리며 기어오르는 난파선이 되지

  이제 멀미는 생활의 일부

  익숙한 내부


  집 앞 회화나무 이파리는 점점 멀어지고

  주저앉은 의자는 바닥을 친애하고

  언젠가는 두 다리 사이에서 길을 잃을 거야

  빈 더미의 날들은 계속되지


  깨진 유리문에 달라붙은 거미의 상처 난 눈

  그에게 얼마의 유예기간이 남아있을까

  언제 푸른 오로라로 지면에 발이 닿을 수 있을까

      -전문-



  해설> 한 문장: 영향력은 숨길 수 없는 기침과 같다. 어떤 방식이든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은 틈을 비집고 나와 자신의 외모를 뽐낸다. 비평가는 이 흐름 속에서 작품의 재능을 이야기하거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하면 된다. 여기서 발굴되어야 할 재능을 '시적인 것'이다. 시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잘 쓴 작품은 자신의 자태와 리듬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겠지만, '시적인 것'은 독자들과 동시대 작가들의 심장을 터트려 평생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은 누군가의 살결에 서식하면서 우리들의 굳어진 관성(인식)을 회전시킨다. (p. 시 75/ 론 91) (문종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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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오늘의 표정이 구름이라는 것은 거짓말이야』에서/ 2020. 3. 25. <시작> 펴냄

   * 이수/ 충남 태안 출생, 2017년 『시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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