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외 1편
김원옥
엄마와 내가 같은 빛 속에 있지 않은 그 이후
내 삶의 통로 위에서는
엄마의 영상을 차마 그릴 수 없었다
어둠은 내 목을 조이고
엄마의 환영 속으로 나는 자꾸 빨려 들어가고
사랑 없는 세상에서
우리 추억의 나라만 세워지고
거기는 한없는 밤이 있어
내 발걸음은 흐느적거렸다
이미 나에게는 치유란 없었다
너 엄마 닮았다
그 말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나의 살아있음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였다
나는 들었다 오빠의 그 말에서
내가 엄마의 존재에 속한다는 것을
내 운명이 엄마의 운명에 맺어진다는 것을
거울 속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반사의 형상에서처럼
똑같이 나열되는 모습이 있을 뿐이다
이 영원한 길에 나타나는 모습들에서 나는
엄마 이상의 어떤 희생적인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영속되는 근원에서 나오는 이 그리움은
엄마의 사진을 꺼내
거실에 놓게 하였다
30년 만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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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몸으로
길에 떨어진 매미 한 마리 본다
이 초겨울에 웬 매미일까
발끝으로 건드리니 부스스 부서진다
몸속은 다 어디로 갔나
지난여름 바위를 깰 만큼
소리쳐 울던 그 매미인가
물이란 물은 다 눈물로 빼버리고
강물 다 가져다
제 눈물로 쏟아놓고
강만큼 긴 사랑을 했던가
울며 생애를 다 살고
울며 세상을 다 살고
허물만 바람에 날려 내 앞에
떨어졌는가
바람이 되었는가
울고 또 울며
저승만큼 먼 사랑을 하고
껍데기만 남으면
나
이승의 빚 다 갚아지나
바람처럼 어디든 갈 수 있나
소리로
울음으로
빈 몸으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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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시간과의 동행』에서/ 2020. 3. 20. <시와시학> 펴냄
* 김원옥/ 서울 출생, 2009년 『정신과표현』으로 등단, 시집『바다의 비망록』, 산문집『먼 데서 오는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