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숫자는 사람의 이름이며 666입니다'中
권혁웅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에서 14년 전에 겪은 신비한 체험에 관해서 말한다. '내가 한 사람을 아는데, -그는' 이라는 메시지 형식은 자신의 체험을 겸손하게 나타내는 방식이다. 불교에서는 이를 '나는 이렇게 들었다'[如是我聞]이라고 한다. 보고 들은 것을 간접적인 것으로 바꿈으로써 자신의 체험에서 한 발 물러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사도 바울이 말한 '한 사람'은 그 자신이다. 바울은 '세 번째 하늘'에 다녀왔다고 말한다. 왜 세 번째일까? 아담과 하와 이야기에서 말한 것처럼, 자연에는 두 개의 바다 내지 하늘이 있다. 첫째가 바다, 둘째가 하늘이다. 바다와 하늘은 지상을 띄우거나 덮고 있는 반구半球들로, 티아마트의 몸을 절반으로 쪼갰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첫 번째, 두 번째 하늘은 물질계를 이루는 곳이며, 세 번째 하늘에서야 비로소 물질계를 초월한 천상의 세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상상력에 의하면 네 번째, 다섯 번째…… 하늘은 없다. 비록 단테에서 사이비 목사들에 이르기까지 그 너머의 하늘을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사실 셋째 하늘 너머는 영지주의적인 상상력의 소산이다.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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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2020-3월호 <신경(身經)/ 몸의 이야기 ⑩-하나이자 여럿> 에서
* 권혁웅/ 199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마징가 계보학』『애인은 토막난 순대처럼 운다』등, 이론집『시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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