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저잣거리에서도 불도를 닦을 수 있다(발췌)/ 이승하

검지 정숙자 2020. 4. 18. 13:45



    저잣거리에서도 불도를 닦을 수 있다

    - 왕유의 시를 읽는 이유


    이승하




  왕유(王維, 701-761, 60세)는 정확히 지상에 60년을 살다 갔다.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는 벼슬을 그만두고 자연에 귀의하여 농사도 지어보면서 쓴 작품이지만 왕유의 시는 대체로 몸은 세속에 있지만 마음은 산천경계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특히 소박한 생활 태도, 고요한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 초월적인 심상, 타인에 대한 배려나 헌신적인 도움 같은 것은 불교의 자리이타사상自利利他思想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p.124-125)


   유마힐은 인도 비야리 국의 맏아들로서 재가에 있으면서 불법을 착실히 닦았고, 석가모니의 사랑을 많이 받아 후세인들에게 재가불자의 이상형이 되었다. 유마힐은 세속에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불도를 닦을 수 있으며, 불교적 완성을 이룰 수 있는 모범사례가 되는 인물이다. 유마힐을 자신의 사표로 생각했던 왕유'는 그를 일평생 본받으려고 자를 마힐로 지었던 것이다. 중국인들이 그에게 '시불詩佛' 즉 시의 부처라는 애칭을 붙여 부르게 된 것은 일단 그의 자가 마힐이었기 때문이다./ 왕유는 중국 산수화의 전통에 있어서 남종화의 시조로 꼽히고 있다고 앞에서 말하였다. 남종화란 학문과 교양을 갖춘 문인들이 비직업적으로 , 또 여기적餘技的으로 수묵과 옅은 담채를 써서 내면세계의 표출에 치중하는 화풍을 일컫는다. 그림이 시정적詩情的이라고 할까, 산수화 화가가 주객일체를 이루는, 격조 높은 산수화를 가리킨다. 색깔이 들어가는 화려한 화조화나 현실에 바탕을 둔 민화, 또는 사군자와 정반대되는 그림이다.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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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학』2020-봄호 <특별 기고>에서

  * 이승하/ 1984년《중앙일보》로 등단, 시집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예수 폭력』등, 평론집『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등,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