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책을 읽으며 외 2편/ 김남조

검지 정숙자 2020. 3. 18. 00:52



    책을 읽으며 외 2편


    김남조



  책을 읽는다

  책갈피 사이사이로 흐르는

  사념의 혈류


  나의 글은 어떤가

  외출복을 차려입은 말들은

  세상에 내보내고

  상처 깊거나 죄의식에 멍든 말은

  늑골 갈피 속에 묻어 둔다

  덧없어라 옷 없어 세상에 못 나가고

  늙어 버린 말들


  글의 진정성은 무엇인가

  묻고 더 생각한다

  문학이여

  내 한평생 길 가고 또 가도

  출발 지점에

  다시 와 있구나

   -전문-



   ---------

    무효



  진홍 인주를 묻힌

  인허가의 인을 내가

  찍지 않았으니

  그대 죽음은 무효이다

  저만치 사라지는 검은 장례차에

  그대가 탔을 리 없다


  광막한 동서남북에

  날개 없는 바람 자욱하고

  그대와 나에겐

  은고리 금고리가 겹겹 감겼는데

  가거나 오거나

  그대 어찌

  혼자 정했으리

    -전문-



   ----------

   나쁜 병



  그리움 지나

  그리움에게 간다

  하늘 먼 포장에도

  그리움이라 쓰여 있다

  온 세상에

  그리움이란 글씨만 가득하다

  나쁜 병이다

  이런 병 걸리면

  죽는 병이다 

    -전문-



  노을 무렵의 노래> 한 문장: 사람은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한시공의 절대 신비를 인식하며 이것이 사람이 받아 누리는 기본 자산임도 압니다. 또한 사람은 다른 여러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역사와 문화와 예술, 더하여 전쟁의 체험과 그 참담한 일깨움까지를 품고 삽니다. 강력히 이끌려서 함께 가고 싶은 대열에 그의 생애를 맡기기도 합니다./ 나는 시를 배워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으스름 어둠이 드리워진 만년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시작詩作은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p.4) (저자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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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사람아, 사람아』에서/ 2020. 3. 6. <문학수첩> 펴냄

  * 김남조/ 1927년 경북 대구 출생, 1951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 1955~1993년 숙명여자대학교 교수-현재 명예교수, 시집『목숨』(1953) ,『정념의 기』(1960),『충만한 사랑』(2017) 외 16권, 한국시인협회 회장 , 한국시인협회상(1975) 외 다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1990), 국민훈장 모란장 (1993), 은관문화훈장(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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