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을 보았다
정진혁
찔레 향기가 닳아서 흐리다
어제는 찔레꽃과 뻐꾸기 울음이 이루는 각을 보았다
그리움은 하얀 표정을 봄볕에 부비며 찔레 순처럼 왔다
가장 먼 이름 앞으로 몇 개의 형용사가 지나갔다
어떤 질문으로도 각도를 잴 수 없어서
자주 하양을 만지작거렸다
찔레는 여전히 찔레가 되고 있었고
스무 살을 오래 걸었지만 가시처럼 찔러 댔다
떠나는 봄밤이 각의 크기만큼 흔들렸다
뻐억국 울음이 달라붙는 저 각이 자꾸 슬퍼 보였다
송홧가루처럼 목이 말랐다
각에서 들려오는 목마름은 길었다
온몸에 각을 꽂고 길을 걸었다
찔레꽃이 피어 있는 내내 가슴이 따끔거렸다
봄에 우는 사람이 많았다
-------------- * 시집『사랑이고 이름이고 저녁인』에서/ 2020. 3. 10. <파란> 펴냄
* 정진혁/ 충북 청주 출생, 200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간잽이』『자주 먼 것이 내게 올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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