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장은 외따로 존재할 수 없다
정진혁
난 너의 인간문장이 되고 싶어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나의 고독을 안고 다녔음을 알았다라는 문장이 탄생했다
뭉클하면서도 서러운 그것은 안은문장이 되었다
그 후로 나의 인생은 길어졌고 복잡해졌다
어느 날 나는 당신의 기다림을 믿어요라는 그녀의 말에서 사랑이 문장으로 온다는 것을 알았다
안긴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은문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세상을 안은문장이 되고 싶었다
내 문장에서 그녀의 숨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따듯한 피부가 느껴지고
봄보다도 더 많은 봄들이 술렁이고
명사절을 안은문장이 아니라
복숭아 꽃잎을 안은문장
언덕을 넘어가는 바람을 안은문장
포르르 하늘을 날아오르는 참새를 안은문장이 왔다
수많은 안긴문장을 안고 우리는 풍부해지리라
안김과 안음이 뒤섞인 곳에 벚꽃이 휘날리고 눈이 내렸다
안김을 이해하기 위해 문장을 고쳐 쓸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문장력을 동원해도 안음으로 남길 수 없는 안김이 있기 때문이다
감동적인 순간을 나는 언제나 그녀를 안은문장으로 표현했고
단 한 번의 발걸음을 그녀의 안긴문장으로 약속했고
세상의 끝을 그녀를 안은문장으로 대답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위 문장들을 곰곰 읽다 보면 세상은 보는 시각에 따라 안은문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시에서는 '문장'이라는 말의 자리에 '몸'이라는 혹은 '사람'이라는 아니 다른 어떤 명사 혹은 관념어를 넣어도 말이 된다. 그만큼 이 시 속에 나타난 '문장'이라는 말이 지니는 함의는 크다도 할 수 있겠다. 가령 '몸'이라는 말을 넣어 보면 '난 너의 안긴 몸이 되고 싶어'라는 문장이 된다. 그는 '사랑은 고독을 함께 나누는 사이여서 그녀에게 안긴 몸이 된 나는 그녀가 자신의 고독까지 안고 다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고 말한다. 그녀와 내가 동일시되는 순간, 둘이면서 하나인 순간, 그런 상태가 사랑이라고. 아니 둘이면서 하나인 그것이 사랑 아니 사람이라고, 꽃이라고, 나무라고, 세상이라고. (p. 시 22-23/ 론 132-133) (이경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