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악어의 사랑/ 이선유

검지 정숙자 2020. 3. 7. 23:32



    악어의 사랑


    이선유



  어항 속이 불안해요

  광어 우럭 낙지의 겁먹은 눈동자

  뜰채가 다녀갈 때마다 그들은 공포의 도가니

  사각의 유리벽은 빈틈없이 완고하지요


  환한 외모와 스펙의 가면을 쓴 사내

  든든한 배경으로 온몸을 휘감은 여자

  바다 살점을 앞에 두고

  서로를 조금씩 녹여 먹고 있네요


  진실과 거짓의 두 마음이 하나가 되는지 기다려 볼까요


  사랑을 계산하는 사내

  분홍 가슴을 열어 싹을 틔워볼까요

  도심의 늪지대는 악어를 키우는 법

  사내가 미끼를 드리우고 기회를 엿보네요


  여자의 진심을 건성건성 읽으며

  표정 속에 진실을 묻은 사내

  맥박이 없으니 설렘도 없겠지요


  외로움의 한계에서 탈출을 꿈꾸는 그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오늘

  한 발 한 발 늪을 향해 다가가네요

  언제 덮칠지 모르는 악어의 입이 점점 벌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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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초록의 무늬』에서/ 2020. 3. 2. <시산맥사> 펴냄

   * 이선유(본명, 이선자)/ 충남 청양 출생, 2016년『창작21』로 등단, <시옷>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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