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이선유
흙냄새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억겁의 시간이 흐르면서 만들어 낸
만 개의 죽음이 섞인 냄새가 흙의 냄새일까
오래전 살아 숨 쉬던 누군가의 살 내음 같은
마지막 숨결이 스며 있어 따듯하게 만져지는 것은 아닐까
흙은 모든 주검의 분자라는 생각
흙은 무엇이든 덮는 근성이 있다
산마루를 뛰놀던 짐승들의 주검도
산과 들판에 파닥이던 벌레들의 주검도
무성하던 풀들이 죽고 나무가 죽은
점멸한 마을의 축축한 우물가도
흙은 어떤 죽음도 마다 않고 덮었을 것이다
선산에 아버지를 덮고 어머니를 덮고
조상들도 모두 덮여 있다
바람이 데려가다 놓친 작은 입자의 냄새가 흙속에서 숨 쉰다
바위가 쪼개져 돌이 되고 돌이 쪼개져 흙이 되고
누군가 죽어서 발효되고 흙이 되고 먼지가 되는 공식
언젠가 만져보았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젖가슴 같은
흙은 만물의 근원
모성의 숨결로 싹 틔우고 뿌리 내린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모든 것을 덮어주는 근성을 지닌 흙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작아지고 작아지면서 돌아가고 돌아가면서 이루어진 근원 그 자체요, 그 근원을 지향하는 근원의 근본이다. 그 흙의 근본에서 "누군가 죽어서 발효되고 흙이 되고 먼지가 되는 공식"이 정립되었다. 그 공식은 딱딱한 공식이 아니라 언젠가 만져보았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젖가슴 같은" 공식이다. "흙은 만물의 근원"이며 모성의 숨결로 싹 틔우고 뿌리 내"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흙의 생태와 서정은 "만물의 근원"인 동시에 미물의 근원이다. 세상의 모든 미물이 전부 다 흙으로 돌아간다. 흙은 세상의 모든 미물을 받아들이며 다 덮어준다. 그래서 흙의 속성과 미물의 속성이 닮았다. 미물은 흙의 속성을 지향한다. (p. 시 88/ 론 157-158) (이종섶/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