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시인대회 외 1편
박제천
남북이 한자리에 모이는 금강산 시인대회라더니
북쪽은 오지 않았다
그때 구룡연폭포 가는 길의 양지교에서 찍은 사진 한 장,
오세영 문정희 이건청 박제천 문효치 이수익,
그리고 어느새 죽은 조정권 이가림 시인이 활짝 웃는
사진 한 장만 남았다
그날 밤, 어쨌든 몇 명이 시낭송을 했다
고은 시인은 술에 취해 시를 읽으며 판을 휘젓고
강은교 시인은 부산에서 가져온 북을 치며 시를 낭송했다
무대 아래의 어느 누구도 시를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귀로에 성찬경 시인이 말했다
금강산이 진짜 시잖아!
그럼요, 형님,
금강산 시를 보았으니 소원 성취했어요
진짜 시는 소리가 아니라 풍경이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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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일박
금강산 호텔은 아늑했다
식당 바깥, 옥상엔 번개 야시夜市가 열렸다
얘들도 돈 좋아하는구나
안내원들 접대를 받으며 돼지고기 장조림을 먹고
옥상 포장마차에서 북쪽술도 한 잔 하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창밖을 본즉,
금강산 봉우리들이 이마를 찌푸렸다, 웬 일?
정문에서 산책나가려던 시인들 두엇이 뒷걸음을 친다
북쪽 군인들이 겨눈 총구가 매섭다
호텔 지하에 노래방 겸 룸살롱이 있어서
신경림 시인이랑 몇몇이 그곳에 진을 쳤다고
룸메이트 서정춘 시인이 뛰어나갔다
문효치 시인이랑 오붓하게 고적하게
술잔 속의 금강산 달을 마셨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우리 차례인데, 앞장 선
서정춘 시인이 슬그머니 내 등뒤에 섰다
냉장고 점검 결과
우리 방에서 누군가 콜라를 마셨단다
청구서대로 거금을 주고,
금강산아, 안녕! 인사를 하고 떠나왔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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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풍진세상 풍류인생』에서/ 2020. 2. 22. <문학아카데미> 펴냄
* 박제천/ 서울 출생, 동국대 국문과, 1956~66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장자시』『천기누설』등 16권, 저서 『박제천시전집(전5권)』『시업 50년 박제천시전집(전5권) 2차분』, 수상:한국시협상, 공초문학상, 동국문학상, 현재 <문학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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