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낙타가 사막을 건너는 법/ 이영식

검지 정숙자 2020. 2. 26. 01:31



    낙타가 사막을 건너는 법


    이영식



  낙타의 눈은 먼 곳을 본다


  길 없는 길,


  방향키가 잡히면 앞발굽이 성큼 나선다


  뒤 굽은 궁리가 없다


  등줄기에 우뚝 선 단봉單峰 같은 믿음으로


  오직, 밀고 갈 뿐이다


  사막을 건너는 것은 사자도 치타도 아니다


  고비를 넘는 그림자는


  굳기름을 혹으로 짊어진 낙타다


  다클라마칸-


  한번 들어가면 살아나오지 못한다는 말


  햇볕과 마주서지 않으려는 자의 궁리에서 나온 변일 뿐


  낙타에게 정공법正攻法 말고는, 달리


  수가 없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낙타의 삶의 방식이란 "길 없는 길"에 새로운 길을 내는 것, 그리고 "다클라마칸-/ 한번 들어가면 살아나오지 못한다는" 사막에 묵묵히 걸어 들어가고, 살아서 나오는 것이다. 길 없는 길을 가야하고, 한번 들어가면 살아나오지 못한다는 다클라마칸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생이 처한 극한의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낙타가 이러한 극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정공법正攻法이다. 먼 곳을 바라보며, "단봉單峰같은 믿음으로/ 오직, 밀고 갈 뿐이다."/ 없는 길을 개척하면서 한 번 들어가면 살아나오지 못한다는 사막을 건너가는 낙타에게서 성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가 처한 극한의 상황, 그리고 그가 택하는 삶의 방식이 모두 성자의 그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없는 길을 낸다는 것, 그리고 죽음을 건너서 삶을 이어간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절대적 존재에게 내맡긴 상태에서 운명을 받아들이는 아모르파티(Love of fate, 運命愛)의 정신을 필요로 한다. 즉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방식의 삶의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아모르파티는 특정한 시간이나 사건에 대한 순간적인 만족이나 긍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와 세상에 대한 긍정을 통해 허무를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가치 전환하여,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그에 댜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낙타의 정공법에는 이러한 아모르파티의 정신이 내포되어 있으며, 극한의 상황에서 발휘하는 그러한 태도이기에 거기에서는 성스러움의 아우라가 발산되고 있는 것이다.(p. 시-60/ 론129-130) (황치복/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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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꽃의 정치』에서/ 2020. 2. 10. <지혜> 펴냄

   * 이영식/ 경기 이천 출생, 200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희망온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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