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아래의 생
권영해
경주 불국사역 근처 여자 정보고등학교 앞 저수지 둘레길에서 치열하게 살다 간 홀가분한 뱀 한 마리 보았다 아스팔트 위에 고스란히 납작 눌린 생은 바퀴 아래에서 해탈에 직면하여 높은음자리표 같기도 하고 & 같기도 한 모양으로 스텝이 꼬여 있었다 엄청난 정보의 무게에 심취했는지, 문명의 질주에 탐닉했는지 바퀴보다 빠른 속도로 도로를 가로질러 가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풀지 못할 퍼즐을 남기고
높은음자리표로 휘발된 육신,
참을 수 없는 것은 존재인가
가벼움인가
아니면 존재의 가벼움*인가?
감동 없이 죽어간 영혼,
의문투성이의 족적으로만 남은 생이여
이제 좀 무거운 마음으로
휑하니
방황이라도 해야겠다
그리고……
-전문-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의 소설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