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바퀴 아래의 생/ 권영해

검지 정숙자 2020. 2. 23. 02:22



    바퀴 아래의 생


    권영해



  경주 불국사역 근처 여자 정보고등학교 앞 저수지 둘레길에서 치열하게 살다 간 홀가분한 뱀 한 마리 보았다 아스팔트 위에 고스란히 납작 눌린 생은 바퀴 아래에서 해탈에 직면하여 높은음자리표 같기도 하고  &  같기도 한 모양으로 스텝이 꼬여 있었다 엄청난 정보의 무게에 심취했는지, 문명의 질주에 탐닉했는지 바퀴보다 빠른 속도로 도로를 가로질러 가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풀지 못할 퍼즐을 남기고

  높은음자리표로 휘발된 육신,

  참을 수 없는 것은 존재인가

  가벼움인가

  아니면 존재의 가벼움*인가?


  감동 없이 죽어간 영혼,

  의문투성이의 족적으로만 남은 생이여

  이제 좀 무거운 마음으로

  휑하니

  방황이라도 해야겠다


  그리고……

    -전문-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의 소설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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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고래에게는 터미널이 없다』에서/ 2019. 12. 20. <시와표현> 펴냄

   * 권영해/ 경북 예천 출생, 1997년 『현대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유월에 대파꽃을 따다』『봄은 경력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