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날개를 변호하다 5
양수덕
괜히,
술병이 쓰러지지 않는다
피가 솟지 않는다
이빨을 갈지 않는다
목구멍이 타지 않는다
촛불이 꺼지지 않는다
벽을 뚫고 들어가지 않는다
활화산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는다
별을 지우지 않는다
벌레로 추락하는 일은 없다
괜히,
검은 눈이 내리는 사각지대
날개의 툰드라에서는
심심해서 장난삼아 아무 이유 없이 몰아붙이려는
조롱들, 달빛도 베어버릴 무기들
눈물 한 방울도 아깝다
울지 마라 그대
하늘을 뒤덮은 발길질이었다고 그들이 머리를 숙일 때까지
날개를 잘라 버린 가위손이 살인이라는 걸 그들이 알게 할 때까지
-전문-
해설> 한 문장: 애당초 비극은 염세적 허무주의를 선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장르가 아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속에 등장하는 인물 프로메테우스를 생각해 보라. 그는 인간에게 불을 전달해주었다는 죄목으로 신의 분노를 받아 산에 감금된다. 제우스는 그를 회유, 협박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끝내 장엄한 최후를 맞는다. 이 비극적 일화의 결말은, 정의로운 이타심을 체현한 프로메테우스 같은 인물조차 절대적인 힘(제우스) 앞에서는 무력하게 패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씁쓸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 설화는 또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끝내 소신을 버리지 않는 존엄한 인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표상하고 있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척박한 세상에서 용기를 내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했던 인물들은 프로메테우스의 일화에서 위안과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p. 시-55/ 론-119) (전철희/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