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길
윤홍조
구불구불 끝없이 오르던 계단 길
길의 몸부림이 뚝,
멈춰있다
허공중에 연줄처럼 걸려 있다
새끼를 위해서는 허공이든 어디든
못 오를 데 없이 오르던
먹이를 이고 지고 나르던 아버지의 길
삶의 한때가
꿈틀, 멈춰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저 망망 허공을
어디에도 몸 부릴 데 없는 까마득 허공 길을
신물 나도록 반복 오르내리며
새를 꿈꾸던 아버지의 길
칸칸, 발을 놓고 있다
마치 꾸어서는 안 될 헛꿈 꾸듯
오르고 오르다 꿈의 사다리를 잃어버리고
다람쥐 쳇바퀴만 돌고 돌리던
이 지루하고 지루한 계단 길
우뚝, 장승으로 서 있다
생애 전부를 걸었던 아버지의 길
오를수록 햇빛 찬란한 날이 있으리란 믿음
믿음 하나로 새끼를 품어오던 꿈의 길
그러나 하늘에도 땅에도 발붙이지 못한
아버지의 생애가 이렇듯 허공일 줄이야
오르고 올라도 결코 새가 될 수 없는 아버지
아버지 하루의 시작이고 끝인
그러나 끝내 아버지란 이름으로 가고 말,
이 길 아닌 길
텅 빈 허울뿐인 길
* 시집『푸른 배꼽』에서/ 2019. 12. 30. <시작> 펴냄 * 윤홍조/경남 합천 출생,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첫나들이』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뒷모습 4 외 1편/ 양수덕 (0) | 2020.02.21 |
|---|---|
| 부러진 날개를 변호하다 5/ 양수덕 (0) | 2020.02.21 |
| 황령산의 봄/ 윤홍조 (0) | 2020.02.20 |
| 길 1 외 1편/ 이채민 (0) | 2020.02.19 |
| 잘가요, 명왕성/ 이채민 (0) | 2020.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