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계단 길/ 윤홍조

검지 정숙자 2020. 2. 20. 22:08



    계단 길


    윤홍조



  구불구불 끝없이 오르던 계단 길

  길의 몸부림이 뚝,

  멈춰있다

  허공중에 연줄처럼 걸려 있다


  새끼를 위해서는 허공이든 어디든

  못 오를 데 없이 오르던

  먹이를 이고 지고 나르던 아버지의 길

  삶의 한때가

  꿈틀, 멈춰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저 망망 허공을

  어디에도 몸 부릴 데 없는 까마득 허공 길을

  신물 나도록 반복 오르내리며

  새를 꿈꾸던 아버지의 길

  칸칸, 발을 놓고 있다


  마치 꾸어서는 안 될 헛꿈 꾸듯

  오르고 오르다 꿈의 사다리를 잃어버리고

  다람쥐 쳇바퀴만 돌고 돌리던

  이 지루하고 지루한 계단 길

  우뚝, 장승으로 서 있다


  생애 전부를 걸었던 아버지의 길

  오를수록 햇빛 찬란한 날이 있으리란 믿음

  믿음 하나로 새끼를 품어오던 꿈의 길

  그러나 하늘에도 땅에도 발붙이지 못한

  아버지의 생애가 이렇듯 허공일 줄이야


  오르고 올라도 결코 새가 될 수 없는 아버지

  아버지 하루의 시작이고 끝인

  그러나 끝내 아버지란 이름으로 가고 말,

  이 길 아닌 길

  텅 빈 허울뿐인 길

 


    --------------

   * 시집『푸른 배꼽』에서/ 2019. 12. 30. <시작> 펴냄

   * 윤홍조/경남 합천 출생,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첫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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