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황령산의 봄/ 윤홍조

검지 정숙자 2020. 2. 20. 21:57



    황령산의 봄


    윤홍조



  마음도 한자리에 못 앉히는 봄날

  그 들뜬 마음 데리고 황령산 오르네

  눈 아래 맑은 거울 드넓게 펼쳐진

  해운대 바라보는 십 리 꽃길 가네


  사람도 나비같이 나풀 꽃에 앉으면

  울긋불긋 타는 눈 속 향기가 불러오는

  아련한 기억 저편 꽃 시절 달떠 오는

  눈앞 아른아른 꽃 피는 사람들 본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오랜 지금에도 한결같이 변함없는 모습

  언제나 싱그러운 저 바다 푸른 물결같이

  가슴 일렁일렁 꽃물 져오는 얼굴들이여!


  꽃구름 두둥실 산자락 떠메고 가는

  날아갈 듯 아련한 꽃그늘 아래 서면

  잉잉거리며 꽃을 찾아 날아오는

  이 징한 그리움의 한때를,


  황령산의 봄,

  저 아스라한 벚꽃 그늘 속에는

  꽃 몸살 하는 그리움

  우글우글한다

    -전문-



  해설> 한 문장: "그리움은 대상에 가닿지 못하는 특수한 '크로노토프chronotope'안에서 발생한다. 바흐친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빌려와 사용한 크로노토프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는 '시공간(time-space)'을 의미한다. 그러나 바흐친의 '시공간' 대신에 크로노토프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모든 문학적이고도 예술적인 크로노토프에서 공간적, 시간적 지표들은 하나의 주도면밀한, 구체적 전체(concerete whole)로 융합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크로노토프는 그냥 이런저런 의미의 시공간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화된 시공간을 특칭한다. 이런 점에서 꽃과 관련된 윤홍조의 크로노토프는 한편으로는 그리움의 대상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피 냄새' 낭자한 생존의 현장이기도 하다.(p. 시-110/ 론-122) (오민석/ 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 


    --------------

   * 시집『푸른 배꼽』에서/ 2019. 12. 30. <시작> 펴냄

   * 윤홍조/경남 합천 출생,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첫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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