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잘가요, 명왕성/ 이채민

검지 정숙자 2020. 2. 19. 01:59



    잘가요, 명왕성


    이채민



  울어줄 사람 없는 작별이 초인종을 울린다


  우주 변방에서 점으로 마주섰던 점 하나가

  페가수스 날개를 타고 떠나간다


  무엇이 무거웠나,

  편지 한 장 창틀에 걸어놓고

  존재하는 만개의 쓸쓸함에 끌려서 간다


  고통이 치렁했던 생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뼈가 시큰거려도 황급히는 덮지 말자


  명왕성의 울음을 찾지 못한 우리는

  우주 어디쯤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일까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걸까


  꽃이 피지 않는 행성에서

  홀로 우두컨한 이별이여


  광년을 날아가는 쓸쓸한 작별이여

    -전문-



  해설> 한 문장: 명왕성은 태양계의 끝에 있는 왜소행성이다. 처음에는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인정되었으나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행성에서 제외되었다. 명왕성의 공전 주기는 248년으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번 돌 때 명왕성은 248배 느린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돈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지구에서 59억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서 망원경으로 봐도 밝기가 14등급을 넘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만일 어느 죽음이 명왕성 너머로 사라진다면 우리는 그 죽음을 도저히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가 죽어 지상에서 사라지면 그는 어디로 가는가? 우주 변방에 점으로 존재했던 누군가가 페가수스 별자리의 날개를 타고 떠나가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떠난다는 간단한 사연을 편지 한 장으로 남겨 놓고 길고 긴 길을 넘어 어디론가 가버린 것이다. 모든 인간이 그렇듯이 인간의 생은 고통의 휘장에 싸여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고통이 생의 숙명이어도 죽음을 황급히 맞이할 필요는 없다. 삶의 질량에 대한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것이 그 사람 곁에 잠시 머물던 우리가 갖추어야 할 예의다. 우리의 슬픔도 결국 명왕성 너머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텐데이 광활한 우주 천공의 좌표로 보면 우리의 만남과 헤어짐은 어느 자리에 맺혀지는 것일까. 빛의 속도로 일 년을 간다는 광년의 개념은 우리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광년을 날아가는 쓸쓸한 작별"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거리로 사라지는 죽음의 막막함을 표현한 것이다.(p. 시-94/ 론-126-127) (이숭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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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오답이 출렁이는 저 무성함』에서/ 2019. 12. 15. <미네르바> 펴냄

   * 이채민/ 충남 논산 출생, 2004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빛의 뿌리』 『동백을 뒤적이다』, 동인지『빠져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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