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울음은 흉곽 주위를 맴돈다/ 김보숙

검지 정숙자 2020. 2. 12. 01:01



    울음은 흉곽 주위를 맴돈다


    김보숙



  반쯤 지워진 문신을 복원하러 온 당신을 나는 기억합니다. 가슴 위에 새겨진 문신은 폐, 폐를 본떠 만든 폐는 건강했습니다. 당신의 폐는 폐를 부러워하며 연약한 숨으로 폐를 들썩였습니다. 가슴 위에 새겨진 까만 폐는 장난보다는 안위에 가까웠습니다. 장기가 되어버린 당신의 호흡을 들으며 나는 반쯤 지워진 문신을 복원합니다. 당신의 하얀 폐는 드러누워 까맣게 차오르는 폐를 바라봅니다. 가슴 위에 부적처럼 새겨지는 폐를 당신은 이식이라 말하고, 나는 혹은이라고 말합니다. 반쯤 지워진 문신을 복원하기 위해 이맘때면 내가 드는 뾰족한 바늘, 울음은 흉관 주위를 맴돕니다.


    --------------

   * 시집『절름발이 고양이 튀튀』에서/ 2019.12. 5. <리토피아> 펴냄

   * 김보숙/ 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 동인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나무/ 강순  (0) 2020.02.16
즐거운 오렌지가 되는 법/ 강순  (0) 2020.02.16
시계 혹은 사계(四季)/ 김보숙  (0) 2020.02.11
서울의 로자 3/ 이현채  (0) 2020.02.11
시뮬라시옹/ 이현채   (0) 2020.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