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오렌지가 되는 법
강순
즐거운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고 오렌지라는 단어에 힘을 뺀다 쪼그라든 혹은 비틀린 연애가 된다
즐거운이라는 단어를 파먹다가 오렌지라는 단어를 내뱉는다 남겨진 혹은 떠나간 연인이 된다
즐거운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오렌지라는 단어를 먼저 먹는다 실체 없는 혹은 맹목적인 사랑이 된다
즐거운이라는 단어를 숨기고 오렌지라는 단어도 숨긴다 누가 오렌지를 엿볼까 훔쳐 갈까 종일 일을 설치고 있다
즐거운이라는 단어를 길게 잡아 늘이고 오렌지라는 단어도 길게 잡아 늘인다 외줄 같은 엿 같은 기억이 된다
펜대를 굴리며 머리를 박고 즐거운을 파먹다가 버리다가 숨기다가 늘이다가 오렌지를 내뱉다가 먹다가 숨기다가 늘이다가 우울한 핫도그를 먹는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경쾌하고 개성적인 작품은 "즐거운 오렌지"가 가지는 여러 층위의 사연 혹은 효과를 보여준다. 시인은 '즐거운'이라는 말과 '오렌지'라는 말을 일차적으로 분리하여 그 사이에 원심력을 부여한다. 가령 "즐거운이라는 단어" 쪽에는 힘을 주고, 단어를 파먹고, 단어를 버리면서, "오렌지라는 단어" 쪽에는 힘을 빼고, 단어를 내뱉고, 단어를 먼저 먹는다. 그러고 나니 그 말들은 "쪼그라든 혹은 비틀린 연애"나 "남겨진 혹은 떠나간 연인"이나 "실체 없는 혹은 맹목적인 사랑"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이번에는 "즐거운이라는 단어"나 "오렌지라는 단어"를 함께 숨기고 함께 길게 잡아 늘여 본다. 그러니까 그것은 외줄 같은 '기억'이 되어 간다. 그렇게 한쪽으로는 '즐거운'을 파먹고 버리고 숨기고 늘이는 장면을, 한쪽으로는 '오렌지'를 내뱉고 먹고 숨기고 늘이는 연쇄 과정 속에서 시인은 스스로 "즐거운 오렌지가 되는 법"을 알아 간다. 작품 말미에서는 "우울한 핫도그를 먹는다"고 했지만, 그것은 마치 "즐거운 오렌지"에서 '즐거운'과 '오렌지'가 따로 역주행할 수 없듯이, '우울함'과 '즐거움' 또한 어느새 한 몸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게 오렌지는 미학적 실체로 살아난다. (p. 시-77/ 론-146-147) (유성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