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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옥_자연환경과 문화공간 『서초 이야기 · 1』 「세빛섬」

검지 정숙자 2020. 2. 18. 16:38



     한강 위의 복합 문화공간

    세빛섬 


    강기옥 / 시인, 칼럼니스트



  세빛섬은 반포대교 남쪽 하류의 한강 수상에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 인공섬이다. 2006년 9월 서울특별시에서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계획되었으며 2014년 10월 한글 명칭을 '세빛섬'으로 변경하면서 시설을 전면 개방하였다.



  유럽인들은 4세기에 로마가 망한 후 천 년 세월을 중세라 하며 암흑의 시대로 정의했다. 그 시대는 인간보다는 신을 중심으로 한 신권 중심의 사회였고, 특권층에 의한 귀족 중심의 봉건사회였으며 인권이 봉쇄된 어둠의 시대였다. 그러나 어둠이 깊으면 작은 빛도 위대하듯 천 년 동안 짓눌려온 문화적 열망은 르네상스라는 찬란한 빛으로 새 세상을 열었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문명을 되살려 인간본위의 세상을 열어보자는 문화운동으로 전개되어 건축, 미술, 음악, 문학 등의 예술분야는 물론 정치와 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꽃을 피웠다.

  르네상스는 곧 재생再生이자 부활이다. Re+Naissance의 합성어인 'Renaissance'는 '再+生'이므로 부활, '다시 태어나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어원적 의미로는 중세의 암흑기에서 벗어나 문화의 절정기였던 고대로 돌아가자는 복고운동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퇴화지만 문화적으로는 발전적 후퇴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르네상스는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하는데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강르네상스'다. 한강을 되살리자는 의미로 서울의 문화를 새롭게 디자인하겠다는 거대한 작업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무려 5,940억을 투자하여 한강과 둔치에 새로운 문화시설을 조성하고 시민이 쉽게 한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며 이로 인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인공호안 녹화와 한강의 자연성 회복, 습지 공원 조성, 교량 및 공원시설의 미관정비를 통한 경관의 개선, 아라뱃길과 수상교통의 활성화 등 다양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서래섬이 반포지구의 친환경적 인공섬으로 단장했지만 정작 서울을 대표할 만한 상징적 산물은 '세빛섬'이다. 세빛섬은 원래 '세빛둥둥섬'이었으나 둥둥 떠다니는 표류의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하여 '둥둥'을 빼고 세 가지의 빛을 상징하는 '세빛섬'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여기에는 '가빛', '채빛', 솔빛', '예빛'의 네 가지 빛을 상징하는 구조물로 조성했는데 정식 소개에는 '예빛'을 빼 세빛섬이라 했다. 2006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에서부터 시작한 세빛섬은 2011년 9월에 준공했으나 2013년 9월에야 정상 영업을 시작했고 이듬해 3월에 <어벤져스>의 촬영 장소로 사용하여 서울을 알리는 데 큰 몫을 했다.

  그 영향으로 외국 관광객이 몰려드는가 하면 주말에 만여 명의 시민이 방문하는 한강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세빛섬 중 제1섬 가빛섬(some gavit, 고급스럽고 우아한 빛이 가득한 섬)은 공연문화의 섬으로 달빛 산책로가 있고, 제2섬인 채빛섬(some chavit, 밝고 화려한 즐거움이 가득한 섬)은 엔터테인먼트의 섬으로 세 섬 중 가장 먼저 완공한 문화체험시설의 장이다. 제3섬인 솔빛섬(some soivit, 보기 좋고 훌륭한 섬)은 수상레저를 즐기는 시민을 위한 시설을 갖추었고, 예빛섬(some yevit, 재주와 예능을 나누는 빛)은 미디어 아트 갤러리로 문화행사, 영상관람 시설을 갖추었고, 무대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더불어 방문객의 휴식을 위해 카페와 레스토랑을 열었고, 전시장과 결혼식장도 갖추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놓았다.

    1390억 원을 들여 3,332평(9,995㎡)규모로 조성한 수상 인공섬 세빛섬은 플로팅Floating 건축기술을 적용하였기 때문에 장마로 한강물이 불어도 걱정이 없다. 물 위에 뜨는 기구 위에 구조물을 올리는 방식이다. 캄보디아의 수상마을에 축구장을 시설해놓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시설은 수익형 민자사업(BOT : Build-Operate-Transfer)으로 건축한 시설이라서 지금은 민간시설이지만 향후 20년이 지나면 서울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한강르네상스는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쳐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게 한다는 원래적 의미를 포함한다. 그동안의 잘못된 한강시설을 개축한다는 의미보다는 새로운 시설을 확충보완하여 시민이 즐길 수 있는 한강으로 꾸민다는 포부다. 서울시민의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서울을 세계적인 명품 도시로 가꾸자는 의미도 포함한다. 서초구에 자리한 세빛섬은 'Some Sevit'이라는 영문명을 사용하여 외국인도 편하게 발음할 수 있는 이름이다. 서래섬과 더불어 서초구민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혜택으로서의 시설물이기에 불빛 찬란란 세빛섬의 야경을 보며 새해를 맞는 것은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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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기옥_자연환경과 문화 공간 『서초 이야기 · 1』에서/ 2019. 12. 20. <한국문화원연합회> 펴냄

 * 강기옥/ 시인, 칼럼니스트. 시집 『그대가 있어 행복했네』등, 평론집 『시의 숲을 거닐다』『느림의 계단에서 읽는 시』, 인문교양서 『문화재로 포장된 역사』『국토견문록』, 칼럼집 『칼을 가는 남자』등, 한국문협문학유적탐사 연구위원장,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