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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함으로써만이/ 백운 소림

검지 정숙자 2020. 2. 10. 03:01



    용서함으로써만이


    백운 소림



  불경/ 서기 전 544년 편찬

  한글대장경 제9책 증일아함경 1권_310쪽 38째 줄


  감히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왜냐하면 장생태자는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나를 용서하고 내 목숨을 살려주었고, 나 또한 이 사람의 목숨을 살려 주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311쪽 25째 줄)… 이것이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마침내 원한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한을 쉬게 하려면 오직 남에게 보 갚음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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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신약)/ 서기 70년 저술

  마태복음 6장 14절


  너희가 너희에게 죄 지은 사람을 용서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남의 죄를 용서치 않으면 너의 아버지께서도 너희 죄를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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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용서함으로써만이

  장생태자는 어릴 때 자기 아버지이신 부왕이 이웃나라 왕에게 처형당하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었다. "아가야, 내가 이렇게 죽는 것은 무수한 백성들의 목숨을 전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싫어서 대신 죽는 것이란다. 너도 후일 복수할 생각 말고 숨어서 살아라" 하셨다. 그 후 장생태자는 거지가 되어 떠돌다가 이웃나라 왕궁에 신분을 감추고 들어가 왕에게 잘 보여 왕을 호위하는 큰 벼슬을 하게 되었다. 복수할 기회를 엿보던 어느 날 왕의 머리채 쥐고 칼을 들이대며 말했다. "지난날 우리 아버지는 무수한 백성들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것이 싫어서 대신 죽는다고 말씀하셨다. 이제 아버지의 숨은 덕을 너에게 알려주었으니 나는 할 말을 다했다. 너는 지금 나도 죽이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 하며 칼을 내려놓았다. 왕은 그렇게 높으신 뜻이 있었음을 몰랐다며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였다. 그리고 빼앗았던 나라를 돌려주고 자기 딸을 왕비로 주었다. 이렇게 용서하는 마음 하나로 해결되는 인간사 이야기가 불경에 나와 있다.(p.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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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운 소림 엮음『오호라』에서/ 2018. 6. 15. <한누리미디어> 펴냄

  * 백운 소림(이소림)/ 1942년 전남 보성 출생, 1962년 출가 입산 승려, 1967년 해인사 佛敎專門講院 졸업, 1985년 화계사 주지 & 『문예사조』신인상 당선, 시집『불나비』『순간에서 영원으로』등, 시선집『돌과 나비』, 수상집『돌과의 대화』『향락에서 해방된 인간은 슬픔도 공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