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릎을
박용진
죽은 그림자가 말한다
죽은 그림자의 이름이 움직인다
찢긴 목구멍 사이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즐겨 듣는 왕과
죽은 그림자가 말한다
죽은 그림자의 이름이 속삭이듯 움직인다
제 어둠에 몰두하는 태양은
소년처럼 입을 다문다
죽은 그림자가 말한다
죽은 그림자의 이름들을 센다
눈알 파낸 자리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즐겨 마시는 왕과
죽은 그림자가 말한다
죽은 그림자의 이름들을 뭉개진 밤처럼 센다
마음에 스며든 악마를 붙잡아
가죽을 벗기는 북극성
하얀 장화의 소녀가
내가 태어났던 집 앞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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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파란』 2019-가을호 <poet/ 신작> 에서
* 박용진/ 2006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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