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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소설_금린(金鱗)/ 황충상

검지 정숙자 2020. 2. 6. 15:08


<스마트소설>


    금린金鱗


    황충상/ 소설가



  금린金鱗이란 이름을 가진 여자가 있었다.

  금린, 금빛 물고기다 싶게 예쁜 여자아이는 배꼽 밑에 금빛 비늘을 하나 달고 태어났다, 하여 그의 부모가 붙인 이름이다.

  성장하여 처녀가 된 금린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꼽 밑에서 빛나는 금비늘을 보였다. 비늘의 신비한 아름다움에 남자는 미쳐 버렸다. 남자의 실성을 되찾는 길은 금린의 금빛 비늘을 먹이는 처방뿐이었다.

  금린은 비늘을 떼어내어 남자에게 먹였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남자가 금린의 금빛 비늘을 다시 보고 싶어 했다. 금린은 비늘을 남자에게 먹인 사실을 그대로 말하고 비늘이 없어진 배꼽 밑을 보였다. 비늘이 떨어진 상처는 아물지 않고 진물이 흘러 금린의 음문까지 짓물렀다. 남자는 그 지독한 냄새에 금린에 대한 연모의 정이 뚝 끊기고 말았다. 남자가 정을 끊은 뒤 금린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남자를 보고 싶어 했다. 그야말로 죽어가는 사람 소원 들어 준다는 마음으로 남자는 금린을 문병하러 갔다. 남자의 손을 잡고 금린은 애원하듯 간청했다.

  "당신이 내 배꼽 밑 상처에 입맞춤 한 번만 해 주면 저는 여한이 없이 죽을 수 있어요."

  남자는 금린의 애원을 들어 주었다. 그 일이 있은 뒤 금린의 몸에서 악취가 사라지고 향기가 나며 상처가 아물고 금빛 비늘이 다시 자라났다.

    -전문, (p.44)



   ▶ 스마트소설은 오늘의 소설이다(발췌)_ 황충상/ 소설가, 계간 『문학나무』주간

   스마트폰과 소설의 결합을 시도하는 새로운 글쓰기에 명명된 '스마트소설'은 8년 전 계간 『문학나무』가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을 제정하면서 우리 문학사에 처음 등장했다. 소설가로서 한 시대의 광고 카피를 문학의 순전한 의미망으로 조율했던 카피라이터 박인성, 그의 문학상에 스마트소설이 붙은 까닭은 상에 대한 시사성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었다./ 상품을 선전하는 광고 카피가 수천 마디의 말을 압축하여 상징 핵의 말이 되듯이, 스마트소설은 짧은 분량(200자 원고지 7매 15매 30매 이내)에 문학의 통찰과 혜안을 보여 주어야 한다면 카피라이터 창작의 순발력 기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문장 또한 스마트적인 의미를 표출할 수 있도록 압축하여 단순하게 단면을 그림으로써 문학성이 담보될 수 있다./ 강렬한 시사성의 묘하고 아름다운 힘, 그 파장의 울림 위에 문학의 품격을 갖추어야 하는 스마트소설은 어떤 소재든 다양한 글쓰기를 보여주되 새로운 무엇이어야 한다.(p. 43-44)  


  위 작품은 '금린'이란 제목으로 쓴 명상 스마트소설이다. 이 이야기의 인과, 그 법칙의 배후 진실을 읽어야 한다. 금빛 비늘이 향기만 먹고 자란 것이 아니라 향기의 뿌리, 악취도 함께 먹고 자랐다는 것이다.스마트소설 앞에 명상이 붙은 까닭이 짐작되어지는 이야기다. 생각 뒤쪽의 또다른 이야기를 읽자는 의도의 방편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순수 스마트소설, 통속 스마트소설, 철학 스마트소설, 신앙 스마트소설 또는 대중 스마트소설, 그 소재와 내용에 따라 이름은 얼마든지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소재와 장르 문학의 경계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아우르는 데서 스마트소설은 문학의 빛을 발한다.(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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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2020-1월호 <기획특집/ 짧은 소설, 긴 감동> 에서 

  * 황충상/ 전남 강진 출생, 1981년 《한국일보》신춘문예 소설 당선, 소설집『뼈 있는 여자』, 장편소설『뼈 없는 여자』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