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밤의 카페/ 전기철

검지 정숙자 2020. 2. 8. 01:35



    밤의 카페

    - 자끄 프레베르를 따라


    전기철



  밤인데

  외로우시다고요

  그러면 시를 쓰세요

  먼저 비를 내리게 하세요

  그리고 비의 목소리를 들여다보세요

  집에 소주가 있다면

  그 술을 고흐라고 부르고

  한쪽 귀만 있는 술잔에 따르세요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고 생각하세요

  두려움이어도 좋고 후회도 좋아요

  고흐가 성난 눈초리를 하고서

  순결한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댈 거예요

  그러면 심장에서

  무덤을 파는 소리가 들릴 거예요

  그 순간

  심장을 베끼세요

  빗소리를 후렴으로 넣어도 좋아요

  두려움과 불안을 중간 중간에 삽입해도 괜찮아요

  뚝 끊어지면

  술잔의 한쪽 귀를 잡고

  고흐의 밤을 들이키세요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릴 거예요

  거기에 음악을

  빗소리와 문 두드리는 소리를 섞어서

  침묵의 목소리를 느끼세요

  시가 당신을 읽을 거예요

    -전문-



  나의 시론> 한 문장: 나는 이 우주에서 우발적인 존재이다. 모든 사물들이 원자들의 마주침에 의해서 탄생되듯이 나의 시는 언어의 우발적인 존재다. 시란 언어의 무의미와 의미 사이 시공간에서 우발적으로 나타난다. 그 속에서 시인은 안식처를 찾고, 그 시공간이 자아와 대상 사이 어딘가라고 가늠한다. 시는 라이프니츠가 말한 수학의 허수(i)처럼 존재와 비존재 사이 영혼의 성스런 피난처이다. 나의 시는 언어의 해체와 결합을 반복하면서 제 길을 간다.(p. 시 66/ 론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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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집『풍경, 아카이브』에서/ 2019. 5. 30. <작가> 펴냄

  * 전기철/ 1954년 전남 장흥 출생, 1988년 『심상』& 1992년 『계간 문예』(서울신문)를 통해 등단, 시집 『나비의 침묵』『누이의 방』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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