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반가사유상 외 1편/ 홍우식

검지 정숙자 2020. 2. 6. 03:03



    반가사유상 외 1편


    홍우식



  그대가 나를 오래 여기 묶어 두었으므로

  나는 잠시 금동불상이 된다.

  반은 너를 생각하고

  반은 나를 생각하는

  그런 모습으로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구름 한 조각과

  허공을 날아가는 새 한 마리가

  전부인 오후 2시

  그대 생각에 묶이어

  왼쪽 손은 턱을 괴고

  한 손은 무릎 위에 놓여 있다.

  이것은 밀려오는 졸음을 밀어내는

  오래된 나의 습관

  나는 三面寶冠을 쓴다.

  삼면보관을 쓰면 해와 달도 내 중심으로 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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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와 도마



  이 도마는 아버지가 쓰다 남기고 간 유물입니다. 칼의 노래가 들어있는 레코드판입니다. 난삽한 칼자국들은 아버지가 걸어온 발자국들 같습니다. 이 도마 옆에 서 있으면 아버지의 콧노래가 들려옵니다. 아버지의 땀 냄새가 납니다. 고기를 썰던 소리도 들리고 무를 자르던 소리도 들립니다. 칼자국들 뒤엉킨 이 도마 앞에서는 나는 늘 공손해집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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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고독의 다른 말』에서/ 2020. 1. 31. <서정시학> 펴냄

   * 홍우식/ 충북 제천 출생, 2011년『서정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