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에서 살아남는 법
-야수들과 동거하기 1
최승철
고요한 수면을 울렁이게 하는 바람의 손길, 물결무늬 위로 비치는 별빛들, 모든 매스미디어에는 배후가 있다. 되도록 흐린 날을 간택할 것. 믿음은 경제상 거래이자 근간이다. 툰드라 기후 같은 어둠 속의 고속도로. 가로등이 켜진다. 자본주의는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
겨울 하늘의 차고 어두운 내부를
단단히 뭉치고 있는
빈 들녘 속에 놓인 잉크병
죽음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나뭇가지 위의 새들은 밤새, 아침에 날아가 낚아챌 먹이를 가슴속에 품고 잔다.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를 동결했다. 고개를 문 안쪽으로 밀어 넣는 게 이 바닥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방법. 니트는 옷을 뒤집어 세탁해야 잔털이 일어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대지의 한가운데
검은 점으로 박혀 있던 꽃씨들
희미하게 꼬리를 내리거나 올리는 발음이 있다면, 마음이 예쁘니 더 아름답다 라는 식의 주문呪文처럼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을수록 당신은 죽음에게 더 가까이 다시 다가갔다는 증거. 월스트리트는 금요일 중국 정부의 채권 상향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맹아의 숨결이 적설積雪을 뚫는다
백지 위로 점점이 문자들이 피어오른다
사각의 링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동서남북 사계절을 지닌 한반도의 계절. 통증은 짧고 가볍게 이야기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주먹보다 팔꿈치가 유용한 이유다.
꽃은 피어날 곳의 허공을
미리 더듬어 보고 피어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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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신들도 당신처럼 외로움을 느낄 때』에서/ 2020. 1. 10. <파란> 펴냄
* 최승철/ 2002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갑을시티』『키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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