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Story 2
최승철
외부의 충격에도 여자는 계속 아이에게 젖을 먹였다. 사람마다 분노하는 지점이 다른 것은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 로댕의 조각상을 보며 평론가는 시간과 공간이 결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모두 금빛 박수를 쳤다. 현대의 지식인들도 음서제도를 닮아 가는구나. 우리의 구호는 엄격함이야, 버스 의자에서 방금 나간 여자의 엉덩이 온기가 전해졌다. 성호를 긋는다. 오, 개새끼
변신 로봇 장난감은 변신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사기당한 나이
큰 키에 대한 동경은 서양 남성의 성기 콤플렉스에서 유래한다. 레비스트로스는 근친상간의 허용과 금지가 자연과 인간 사회를 구분 짓는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시대가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구나. 한 장에 십 원하는 봉투를 하루에 만 장씩 붙여야 한다는 소녀의 인터뷰는 공감을 얻지 못했다.
신선 설렁탕을 먹었는데
신선님이 되지 않았다
거미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였다. 뜨거워진 피스톤이 서서히 식는다. 관료주의 사회일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넥타이는 남성 성기를 디자인한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의 증시 사아황은 연중 최저치를 경신 중, 태양은 자신의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다른 대상들의 그림자를 만들 뿐.
-전문-
해설> 한 문장: 위 연작시 또한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여전히 각 문장들 사이사이의 간격과 의미의 구심이 헐거워 보이긴 하나, 지금까지 따라 읽어 온 시인의 자취를 참고한다면 어떤 미미한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위 시편들에서도 성과 사랑은 공허한 도시를 살아가는 시인에게 중요한 시적 모티프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붉은 욕망의 발화들 사이에는 가난 혹은 물질적 부와 관련된 언급들이 이전보다 선명히 삽입되어 있는 듯하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도시의 텅 빈 삶을 이어 갈수록, 어째선지 시인은 물질적으로 더욱 빈곤해진다. "너를 사랑해서 전기세가 오르는 것 같고", "너를 그리워해서 도시가스 요금이 상승하는 것 같다"다. "오늘의 증시 시황은 연중 최저치를 경신 중"이고, "한 장에 십 원 하는 봉투를 하루에 만 장씩 붙여야 한다는 소녀의 인터뷰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공동의 유대감이 사라진 이 도시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쓸쓸하고 공허한 진공의 도시인 듯싶다.
달리 생각해 보면, 무언가가 텅 빈 것으로 인식된다는 건 그 무언가가 이전엔 채워져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시인에게도 아마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변신 로봇 장난감"이 "변신"하리라 당연하게도 믿고 있었던 시절, "신선 설렁탕"을 먹으면 "신선님"이 되리라 여기던 시절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언어 자체가 지니는 신적인 언명의 힘과 은유 속 마법 같은 세계를 믿고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시인에게도 그 낭만적인 세계가 끝나 버린 시간이 도래했던 것 같다. 이를 "처음으로 사기당한 나이"라고 시인은 말했지만, 어쩌면 그는 처음부터 속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명확히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시점부터, 사회의 언어를 배우고 도시의 문법에 편입된 순간부터, 시인은 신적인 은유의 힘을 잃었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들을 상실하고 난 이후에 탄생하는 것이 근대적 도시의 주체일 것이다. "당신을 사랑해도 사라지지 않"는 그 "근원적인 외로움" (「열매를 맺는 방법」)과 태생적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시인은 오늘도 끝나지 않을 도시의 문장들을 연이어 잇고 또 잇는다. (p. 시 114-115/ 론 128-129) (조대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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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신들도 당신처럼 외로움을 느낄 때』에서/ 2020. 1. 10. <파란> 펴냄
* 최승철/ 2002년『작가세계』로 등단, 『갑을시티』『키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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