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얼음 사진/ 김생

검지 정숙자 2020. 2. 1. 14:15



    얼음 사진


    김생



  없으므로 위대해졌다

  없으므로 유용해지고 없으므로 나는 너를 되풀이한다

  이미 닿았다가 소실점을 향해 멀어지는 것들을 생각한다

  너는 작은 조리개 구멍으로 숨어 들어온 빛처럼 환하다가

  도저히 찍힐 수 없는 환영幻影이 되기도 했었지

  멀어서 더 높고 높아서 너는 내게 없다

  시간이라는 육체도 없는 것에서 흐느낌이 들려온다

  너를 내 방식으로 해석하고 너를 수없이 인화하는 동안

  시간은 물이었다가 얼음이었다가

  이윽고 물이었다

  가장 멀어서 꿈에 보이는 사람아,

  눈발 날리는 오류역에서 다시 너를 기다리고 있다

  올 수 없으므로 해서 그리움의 가속도로 오고 있는

  피로한 너의 눈을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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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여기는 눈이 내리는 중입니다』에서/ 2019. 8. 23. <현대시학사> 펴냄

  * 김생/ 전북 고창 출생, 2014년『시인동네』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