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니다
정령
가만히 봅니다 헤어지자고 나뭇잎에 눈물 한 방울 떨굽니다. 가지 끝에 매달려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오롯이 스밉니다. 우우 소리 내어 웁니다
기대어 봅니다 생가지로 피지 못하고 옹이로 굳어갑니다. 꽁꽁 눈물을 껴안고 망부석처럼 얼어붙었다가 사르르 풀어집니다. 부드러운 감촉, 꽃향기의 기운인가 봅니다
헤어진 당신 신발 끝에 몰아서 오는 눈구름 휘휘 저어 놓습니다. 그간 흘린 눈물의 수만큼 눈바람 앞세웁니다. 어느 결에 스민 연민의 낙엽으로 스르르 다가갑니다. 촉촉한 발걸음 스미는 바람을 맞습니다. 토도독 발끝에 터지는 맑은 봄의 기운, 가만히 기대어 봅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정령의 시들은 허황되지도 않고 애매나 모호함의 미로를 벗어나서, 그러나 삶의 힘찬 모습을 가감 없이 그대로 나타내어 보여준다. 때로는 알레고리의 형태로, 때로는 대상의 모습을 깨끗하게 지우면서 상징으로 모습의 변화를 시도한다. 그것이 이번 시집 속에서 정령이 꿈꾸는 새로운 문자 나라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의미를 벗어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그는 결국 시는 그 무엇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도에서 벗어나서 그 무엇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한 권의 집으로 묶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정령의 시집에서 행간을 채워가는 침묵의 대상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p.102) (손현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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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자자, 나비야』에서/ 2019. 11. 15. <리토피아> 펴냄
* 정령/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연꽃홍수』『크크라는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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