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종소리와 가시/ 이여원

검지 정숙자 2020. 1. 9. 01:17

 

 

    종소리와 가시

 

    이여원

 

 

  손끝에 가시가 박히고

  가리키는 곳마다 아프게 하기를.

 

  넝쿨 모양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엉켜서 우리는 열 개의 가시를 꼭 움켜쥐고 불화한 시간들을 나열하며 하나의 가시를 뺄 때마다 손끝에선 원수진 사람의 혈액형으로 피가 흘렀다.

 

  기다리다 지치면 산이 바다가 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봄이 되면 가시들도

  물이 올라 통통해지고 온순해진다.

 

  가시들이 부드러운 질문처럼 느껴질 때

  깨진 창문에서 빛이 꽃처럼 떨어졌다.

  어떤 질문을 섞었는지

  너는 알고 나는 모른 척할 것이다.

 

  상처난 시간들의 흉터를 매만진다. 그리고 홍수처럼 떠내려가기도 하고 나무 꼭대기 위에서 까치가 크게 웃는 날도 있었다. 무서운 것은 무심해지는 것. 가시를 꽃으로 키우면 되는 것이다.

 

  손가락질을 받고서라도

  가끔은 가시처럼 살고 싶을 때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가시덤불처럼 가을의 독 오른 가시처럼 살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날마다 가시가 종소리처럼 피어난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바깥은 '가시' 같은 것이다. 아니 '가시'는 존재의 것이며 다시 존재 바깥으로 날을 세운다. 가시의 시간은 불화의 시간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깥의 관계는 그렇게 가시의 찌름과 찔림에 의해 완성된다. "손끝에 가시가 박히고/ 가리키는 곳마다 아프게 하기를."이라는 언사 속에는 외상에 대한 가학과 피학에 대한 이중적 심상이 숨어 있다. 찌름과 찔림에 대한 역설적 단상은 마녀 되기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바깥의 폭력은 외상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마녀가 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동기와 자극제가 된다. 마녀는 "독 오른 가시"가 되어 살 것이며, 그 가시는 다시 '꽃의 가시'로 변용될 것이다. 가시와 꽃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마녀 되기의 과정에서의 열렬한 견딤을 본다. 마녀의 견인주의는 매번 그렇게 지향의 과정을 반복한다.(p.136) (주영중/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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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빨강』에서/ 2019. 12. 5. <한국문연> 펴냄

  * 이여원李如苑/ 경남 진주 출생, 2012년《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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