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홍 외 1편
노승은
모양새 없이 흔들리는 바람 숲
일렁이는 자리마다
동백 몇 송이
눕지 못하는 생애를 내려놓는다
새까맣던 환부들이 말갛게 비워지는 시간
아직은 이른 꽃씨들을 심는다, 당신
어떻게 눈 감을 수 있었나
받아놓은 날처럼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밀도 깊은 고요를 어떻게 견딜 수 있었나
나무와 바람이 맞닿는다
조금씩 헐거워지는 마음은
오래도록 닿지 못했던
당신에게 건너간다
여기보다 평안한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당신의 이른 부고가 오는 순간
동백 다시 떨어진다
붉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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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소리
최초의 강보는 깜깜한 밤이다
변기에 갇힌 너는, 밤의 한가운데, 두려움 없는 모자이크로 남는다,
붉은 보자기가 너였다면, 누군가 허리를 구부려, 안았을까,
무른 뼈를 살살 비벼주었을까,
고양이 울음으로 흘러내릴 수도, 꽃으로 피어날 수도 없다,
문틈을 빠져나간 치맛자락은, 따뜻한 응시를 받을 수 없는 너를,
첫걸음을 뗄 수 없을 너를, 돌아보지 않는다,
완성되지 않은 이름, 너는, 오려낼 점선처럼 물결들이 닾는다,
악을 쓸 때마다, 고장 난 문이 덜컹거린다,
지상에서 유일한 하루는, 발가락 사이 물갈퀴를 뜯어내는 것,
뜨거운 심장을 식히는 것,
몸에 새겨진 선명한 고통을 기억하는 것,
길고 딱딱한 잠이 찾아온다,
- 여보세요, 공원 화장실인데요
- 고양이 같기도 하고
- 울음이 계속 새어 나와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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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나는 구부정한 숫자예요』에서/ 2019. 12. 5. <서정시학> 펴냄
* 노승은/ 서울 출생, 2005년『서정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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