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뿔
김유석
소의 급소는 뿔에 있다.
감때사나운 부사리의 뿔을 각목으로 내려치면 이내 직수굿해진다. 각목 하나로 커다란 덩치를 다룰 수 있다. 이후
각목만 보면, 각목을 들었던 사람만 보면 기를 꺾는 소의 기억은
뿔에 있다. 밖으로 드러내놓고 살아가는 소의 기억은 후천성.
뿔이 난 후에야 송아지는 자신이 소임을 알게 된다.
뿔의 정체는 두려움, 두려움을 먹고 살이 찌고
우직한 힘을 잠재울 줄 아는 두려움이 연한 풀이나 뜯는 족속을 보전해 왔다.
뿔과 뿔을 맞대고 뿔뿔이 다툴 때
막가파처럼 뿔을 밀고 달려들 때가 더 슬픈
자기독재자여, 그러나 뿔이 없는 건 우공牛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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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붉음이 제 몸을 휜다』에서/ 2020. 1. 2. <상상인> 펴냄
* 김유석/ 1989년《전북일보》신춘문예 시 부문 & 1990년《서울신문》신춘문예 시 부문 & 2013년《조선일보》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 시집『상처에 대하여』『놀이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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