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길에 관한 습관/ 한정원

검지 정숙자 2020. 1. 4. 13:44

 

 

    길에 관한 습관

 

     한정원

 

 

  바다는 언제나 오른쪽을 끼고

  달려야 했죠

  조분석으로 눈부신 물개섬을 향해 걸어가다가

  바다를 왼쪽으로 끼고 걷는 당신과

  부딪혀야 했죠

  석양은 언제나 등 뒤에서 피어오르는데

  등 뒤에서 달려오는 당신과 마주쳐

  눈앞이 캄캄했죠

  당신을 볼 수 없었죠

  오른쪽으로 향한 보도는 조금 높았고

  맞은편에서 오는 블록은 조금 낮게 기울어져 있었죠

  가끔은 내 키가 더 큰 것 같아

  내 시선이 맞는다고

  당신 눈의 위치는 다르다고

  돌아서 갔죠

  바다는 또 수평선 아래 있는데

  수평선 위쪽만 바라보는

  당신의 속눈썹 위로

  쿠스코의 새들은 날아가 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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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마마 아프리카』에서/ 2015. 4. 15. <파란> 펴냄

  * 한정원/ 서울 출생,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그의 눈빛이 궁금하다』『낮잠 속의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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