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관한 습관
한정원
바다는 언제나 오른쪽을 끼고
달려야 했죠
조분석으로 눈부신 물개섬을 향해 걸어가다가
바다를 왼쪽으로 끼고 걷는 당신과
부딪혀야 했죠
석양은 언제나 등 뒤에서 피어오르는데
등 뒤에서 달려오는 당신과 마주쳐
눈앞이 캄캄했죠
당신을 볼 수 없었죠
오른쪽으로 향한 보도는 조금 높았고
맞은편에서 오는 블록은 조금 낮게 기울어져 있었죠
가끔은 내 키가 더 큰 것 같아
내 시선이 맞는다고
당신 눈의 위치는 다르다고
돌아서 갔죠
바다는 또 수평선 아래 있는데
수평선 위쪽만 바라보는
당신의 속눈썹 위로
쿠스코의 새들은 날아가 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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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마마 아프리카』에서/ 2015. 4. 15. <파란> 펴냄
* 한정원/ 서울 출생,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그의 눈빛이 궁금하다』『낮잠 속의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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