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참새의 반대말은 개구리/ 김도언

검지 정숙자 2020. 1. 2. 03:03

 

 

    참새의 반대말은 개구리

 

    김도언

 

 

  비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분수쯤 될까 하는 생각에 잠시 웃고는

  반대말을 가지고 있는 것들의

  행복함, 떠들썩함 그리고 풍요로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서쪽이라는 반대말을 가지고 있는 동쪽은

  얼마나 씩씩하고 건장하고 영특하게 느껴집니까

  그러나 반대말을 가지지 못한 모든 것들은

  어쩐지 우울해 보입니다

  반대말을 가지지 않은 것들

  그러니까 장롱이나 발목 같은 것들은

  적막하기 이를 데 없잖아요

  그래서 나는 반대말을 가지지 못한 것들에게,

  가능한 것들부터 하나하나

  반대말을 만들어 주자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돈이 드는 일도 아니었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권태를 관리해야 하는 내 처지에

  딱 어울리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처음 생각해 낸 것이 참새였습니다

  반대말이 없는 참새의 반대말을 생각했죠

  그다지 오래 고민하지 않았을 떄

  나는 참새의 가장 그럴듯한 반대말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개구리였습니다

  참새의 반대말은 개구리

  해의 반대말이 달인 것과

  팽창의 반대말이 수축인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참새의 반대말은 개구리가 아니면 안 된다고

  나는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아이의 고집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근거는 없었지만

  나는 참새의 반대말이 개구리라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 믿음은 내가 한 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는

  내 깊은 긍지에서 나온 것,

  반대말을 가지게 된 개구리와 참새가

  참 어울린다고 나 혼자 생각하고

  어제는 다른 길을 걷는 자의 생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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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권태주의자』에서/ 2019. 11. 20. <파란> 펴냄

  * 김도언/ 1999년《한국일보》신춘문예 소설 부문  &  2012년『시인세계』로 시 부문 등단, 소설집『악취미들』『랑의 사태』등, 장편소설『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꺼져라 비둘기』, 경장편소설『미치지 않고서야』, 산문집『불안의 황홀』,『나는 잘 웃지 않는 소년이었다』, 인터뷰집『세속 도시의 시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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