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리아스식 사랑/ 김왕노

검지 정숙자 2019. 12. 24. 16:44

 

 

<2019, 시작문학상 수상작> 中

 

    리아스식 사랑

 

    김왕노

 

 

  내 말이란 저 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섬입니다. 그대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섬입니다. 당신은 섬의 어법도 모르고 내 어법도 모르고 나도 당신의 어법을 모릅니다. 당신이 주소도 모릅니다.

  내 마음도 저 바다 위에 뚝뚝 지는 동백 꽃잎 같은 것입니다. 당신은 동백꽃의 어법도 모르고 꽃잎을 싣고 먼 당신을 찾아갈 물결의 어법도 모릅니다. 동백 꽃잎을 대하고 속삭일 당신의 어법을 나도 모릅니다.

 

  하나 당신의 어법에 익숙해질 때까지 나는 저 바다 위에 떠있는 섬입니다. 수없이 몰아쳐 오는 태풍에 동백 꽃잎 같은 그리움만 뚝뚝 떨어뜨리며 내 어법에 당신이 익숙해질 때까지 저물지 않는 섬입니다.

 

 

   ---------------

  *『시작』2019-겨울호 <시작문학상 김왕노> 에서

  * 김왕노/ 경북 포항 출생, 1992년《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말달리자 아버지』『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