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늘의 빛/ 김세영

검지 정숙자 2019. 11. 13. 14:48

 

 

    그늘의 빛

 

    김세영

 

 

  여름산의 중심에 서 있는

  상수리나무의 검은 그늘의 기공氣孔 속에

  뿌리혹처럼 빛들이 숨어 있다

 

  열기의 정점, 정오

  수천의 매미들이 한꺼번에 울 때, 상수리는

  커다란 솜사탕으로 부푼 울음덩어리가 된다

  그 울음소리에 잎사귀 뒷면에 붙어 있는

  푸른 빛알갱이들이 안개방울로 피어올라

  집광판이 된 이마를 식혀주는 아우라가 된다

 

  자정, 검은 태풍의 몰이에

  바닷속 수만의 청어 떼가 질주할 때

  불안에 떠는 눈알들이 서로 부딪혀

  번뜩이는 빛 회오리가 되어

  고양이눈 성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깨선 높은 산 그리매 같은

  등그림자 외로운 사람의 긴 갈비빼

  묵언의 새장, 그 촘촘한 행간 사이로, 설핏

  심실心室 깊은 곳에서 박동하는 새벽별빛이 보인다

 

  심해의 해저로 흐르는 교향곡의 주제처럼

  까마득한 북극의 궁륭을 가르는 오로라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발꿈치뼈 골수 속에 깃든 그늘의 빛들이,

  뇌량腦梁 위 시냅시스*의 기파들이

  북극성 별자리의 중력으로 솟구쳐 오른다

    -전문-

 

 

   * synapsis: 하나의 신경 세포와 신경 섬유를 신경 단위로 하는데, 이 신경 단위 상호 간의 접착부를 시냅시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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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에스프리』2019-가을호 <신작시/ 시인이 고른 시>에서

  * 김세영/ 2007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하늘거미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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