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새의 노래/ 서상영

검지 정숙자 2019. 11. 12. 23:16

 

 

    새의 노래

 

    서상영

 

 

  해변을 걷다가, 죽은 새 한 마리를 만났다.

  가냘픈 다리가 딱딱하게 굳어 바다를 행해 뻗어 있었다.

  무엇이 남고 무엇이 날아간 것일까.

 

  새의 죽음 위로 하늘이 열려 있었다.

  뜨거운 감촉, 환한 아픔, 참말로 곱던 수많은 거짓말

  온몸으로 쓸고 닦았을 저 푸르른 창공

  그 삶과 길로 새는 어디쯤 날아갔을까.

 

  삶은 투명해서 위태롭다.

  너무 투명해서 만지고 있는 순간에도 만져지지가 않는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몸부림을 치면

  유리창 같은 것이 종종 앞을 가로막는다.

  쓰러지면서도, 나는 끝내 삶을 알지 못한다.

  삶에서 투명한 것을 제거하고 남은 저 고기- 육체

  죽음은 전심전력으로 어둠을 밝히기 위해 빛을 피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허공을 날아가는 새는 괴로워했을까

  떠도는 것, 멀리 가는 것, 여행이 아니라 유랑인 것

  화해가 아니라 영원한 불화로 남는 것

  정직한 깨달음은 없고, 참회는 영원한 독백으로 남으리라

 

  해변을 걷다가, 죽은 새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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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에스프리』2019-가을호 <신작시/ 시인이 고른 시>에서

  * 서상영/ 1993년『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눈과 오이디푸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