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암시장/ 정우신

검지 정숙자 2019. 10. 30. 01:42

 

 

    암시장

    - 만리포 여관에 버려진 리플리컨트

 

    정우신

 

 

  깨진 타일과 모자이크의 세계. 인간은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아침으로 믹스커피에 게보린 두 알 녹여먹었다. 유난히 더 아픈 날은 향수를 두 번 뿌렸다. 인간의 옷을 입어본다. 우리가 하는 일은 수건을 말리거나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덫에 걸린 생물을 제거하고 다시 덫을 어디에 설치할지 고민하는 정도다. 벌레는 덫 앞에서 며칠을 고민하다가 가루를 먹는다. 금속 고양이는 빨랫물을 핥으며 세 시간에 한 번씩 운다. 칫솔과 칫솔을 겹쳐놓고 쾌락에 대해 상상한다. 번식에 실패한 인간은 땅을 파고 들어가 뿌리가 돋아나기를 기다렸다. 오늘은 석양의 자리에 토성이 떠 있다. 허벅지로 흘러내리는 정육들. 나는 붉은 헬리콥터를 타고 왔던가. 빈 창문을 열었다 닫으며 재활한다. 백반이 오는 동안 바닥에 물 뿌리고 신발정리하고 화장을 고친다. 나를 지켜보던 금속 고양이 빙빙 돌며 정보를 보낸다. 안구 갈아 끼우고 일과를 종료한다. 손님이 없는 밤은 석유냄새가 진하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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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2019-가을호 <새로운 시물결/ 신작시>에서

  * 정우신/ 201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비금속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