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산정호수/ 박한달

검지 정숙자 2019. 10. 30. 01:12

 

 

  <2019, 시현실 신인상 당선작> 中

 

    산정호수

 

    박한달

 

 

  문장 한 줄 지나가지 않는 밤 겨울 호수처럼 언 이마에 얼음 지치는 아이들 썰매를 탄다 얼음이 녹아 아이들이 물에 빠질까 봐 밤새 이먀를 붙들고 있느라 새벽을 보게 된다

 

  추위를 견디느라 온몸엔 겨울 땀 팔뚝마다 고드름을 달고 있는 나무는 한파를 견디고 있다 "이렇게 견디는 거야" 본을 보이고 있다 부르튼 피부 사이로 흘러내리는 진물 방울방울 고드름으로 키우며 파고드는 유충까지 품고 고요히 산정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종일 살얼음을 걷다 지치고서야 굽은 등에 내려앉은 어둠을 메고 꾸역꾸역 경제 위기를 견디는 가장처럼 산정호수를 지키고 섰다 나무는, 퍼석해진 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져 나가는 걸 보면서

 

  그저 햇살이 좋다고 정신없이 피어대는 동백꽃 몇 송이를 보면서

 

  죽지 않으려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 준다

 

  두 손으로 이마를 잡고 있는 내 옆에 나무 한 그루가 푸푸 잠들어 있다

    -전문-

 

 

   * 심사위원 : 원탁희(시인, 본지 주간)   김학중(시인)  이지호(시인)   정재훈(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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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2019-가을호 <신인상>에서

   * 박한달/ 1965년 경남 함양 출생, 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