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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한국 근 · 현대문학사/ 김동수

검지 정숙자 2019. 8. 4. 02:25

 

 

    일제 감점기부터 시작된 한국 근 · 현대문학사

    -재평가되어야 한다

 

     김동수(이언)

 

 

  일제의 침략과 더불어 시작된 한국의 근 · 현대 문학은 조선총독부가 우리 문학을 관리 · 통제하면서 바른 궤도 진입에 실패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1904년 일제는 우리 황실에 경무고문을 파견하여 유생들의 탄원서와 벽보에서부터 신문, 잡지의 원고를 사전에 검열하여 반일 감정을 미연에 방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광복 후에도 한반도에 진주한 점령국들에 의해 우리의 문학이 민족의 염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굴절되어 갔다.

  일제강점기 우리의 문학은 그 특성상 국내 문학, 지하문학, 망명문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국내 문학은 총독부의 언론 검열 아래 공간된 간행물이다. 때문에 반일 감정이나 민족의식이 사전에 봉쇄된 '식민지 종속 문학'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검열에 의해 통제되고 압수되어 발간이 정지된 지하문학과 외국으로 망명하여 민족해방 투쟁 과정에서 발생된 애국지사들의 문학은 당시 민족의 참상과 소망이 솔직하게 표현된 항일 민족 문학이었다.

  한국 현대문학의 효시라 일컫는 이인직의 「혈의 누」와 최남선의 신체시 「海에게서 少年에게」, 이광수의 「무정」등이 국내 문학이다. 이러한 국내 문학은 우리의 전통 질서와 가치관을 부정하면서 때마침 한반도를 강점하고 있는 일제의 내습에 대한 지지 논리로 이어질 뿐, 민족의 활로를 위해 그 어떤 구체적이고도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지 못한 채 식민지 현실에 동조하고 있었다.

  1920년대에 등장한 『창조』『백조』등의 동인지와 1930년대의 시문학파도 허무적 감상과 순수시로, 그런가 하면 1940년대,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여 국민총동원령이 내리면서 대부분의 문인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전쟁에 휩쓸려 식민지 종속 문학으로 굴절되었다.

  이에 비해 구한말 망국의 현실 앞에서 일사보국의 정신으로 순절한 황현, 정환직, 전해산 등 우국 열사들의 절명시와 순국시 그리고 이후 김창술, 이육사, 심훈 등의 배일排日 민족 시가들이 있다. 이들은 언론 검열에 의하여 규제되었던 지하문학들로서 가혹한 침략 속에서도 망국과 식민지 현실을 직시하여 자주독립 사상을 드높인 항일 민족 시가들이다.

 

 

  몸은 죽을망정 마음마저 변할소냐

  의는 무겁고 죽음은 오히려 가볍도다

  나머지 뒷일을 누구에게 부탁할꼬

  생각하고 생각하니 새벽이 되었구나

   -정환직(경북에서 의병활동 중 체포되어 순국함, 1907년)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니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날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도 하구나.

   -황현, 「절명시」(『매천집』, 1910년)

 

 

  1910년 국권이 피탈되자 황현은 "내가 꼭 죽어야 할 의리는 없으나, 다만 국가가 선비 기르기를 500년이나 되었는데, 나라가 망하는 날에 이르러 죽은 선비가 한 사람도 없다면 이에 어찌 통탄치 않으리오." 하면서 절명시 네 수를 써놓고 조용히 운명하였다.

  그런가 하면, 가중된 일제의 탄압과 수탈로 국내에서 더 이상 저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일부 애국 지사들은 국권 회복을 위해 국외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하면서 교포 신문과 잡지들을 발간하고 거기에 많은 애국 시가들을 발표한 망명 인사들의 구국 문학이 있다. 상해 임시정부에서 발간한 독립신문과 하와이의 국민보, 샌프란시스코의 공립신보, 그리고 블라디보스톡의 대동공보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실려 있는 작품들은 항일 애국 문학으로서 일제의 침략상 고발과 국권회복을 염원하고 있었다.

  이처럼 민족해방 투쟁 과정에서 발표한 항일 민족 시가들이 해외 곳곳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중국과 미주를 오가며 그간 1,000여 편의 작품을 두루 수집하여 왔다. 하지만 그걸 혼자의 힘으로 정리하여 엮어 내기에는 힘에 부쳐 정부 기관이나 뜻이 있는 사회단체의 도움 아래 자료집으로 발간하여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후세에 길이 남기고자 한다.

  민족의 현실을 외면 · 호도한 국내 식민지 종속 문학들과 비교해 볼 때, 이러한 국내 지하문학과 해외 망명문학들은 쫓기는 적과의 투쟁 과정에서 생산된 특수성으로 인해 작품이 다소 거칠다 하더라도, 당시 우리 민족의 염원과 진실이 어디에 있었나를 규찰해 볼 수  있는 소중한 민족 문학 작품들이 아닐 수 없다.

  금년이 3 · 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라도 이러한 작품들이 한국 근 · 현대문학사에 편입되어 한민족의 정통 종합 문학사가 정립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 그간 방치해 두었던 일제침략기 우국 열사들의 절명시와 순국시, 지하문학 그리고 해외 망명문학 작품 수집과 자료집 발간, 그리고 그에 따른 한국 문학사 개편을 위해 '한국 현대문학사 바로  세우기 추진위원회' 설립을 교육부에 건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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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학인』2019-여름호 <이 계절의 쟁점/ >에서 

  * 김동수/ 1981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말하는 나무』『그림자 산책』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