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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보고타 사람/ 에이미 햄플 : 권승혁 옮김

검지 정숙자 2019. 7. 14. 02:02

 

<단편>

 

    보고타 사람

 

    에이미 햄플(Amy Hempel, 1951~, 미국)

  

 

  경찰과 응급구조대원들도 손을 쓰지 못한다. 애원하던 배우자의 목소리도 바라던 결과를 이루지 못한다. 그 여자가 여전히 올라가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오래 이러고 있지는 않을 거라고 위협까지 하고 있다.

  내가 그 여자를 설득해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상상해 본다. 내 상상은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나는 그 여성에게 보고타에 사는 어떤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부자이자 사업가였던 그는 납치를 당하여, 몸값 때문에 억류되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티브이 연속극에 나오는 그런 식은 아니다. 그의 아내는 은행에 전화를 할 수도 없었고, 24시간 안에 백만 달러를 마련할 수도 없었다. 여러 달이 걸려야 했다. 그래서 납치범들은 심장병을 앓고 있던 그 남자를 살아 있게 해야만 했다.

  건물 꼭대기에 올라간 여성에게 내가 하는 얘기를 좀 들어보라고 말을 걸어본다. 납치범들은 그가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했다. 그들은 그의 식단을 바꾸고, 매일 운동을 시켰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그를 석 달 동안이나 억류했다.

  몸값이 지불되어 그가 풀려나자, 그의 의사는 그의 건강 상태를 검진했다. 의사는 그가 매우 건강하다고 했다. 그때 그 의사가 말하려 했던 말을 그대로 그 여인에게 들려주려 한다. 납치는 그에게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이었다고.

 

  아마도 이 이야기는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사람을 내려오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건물 꼭대기에 올라갔던 여자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한 거다. 보고타 사람에게 떠올랐던 질문 말이다.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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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편집『사는 이유』에서/ 2018. 4. 5. <어마마마> 펴냄

  * 에이미 햄플(Amy Hempel, 1951~,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16살에 캘리포니아로 이주, 이 책에 수록된 초기 소설들은 그때의 경험이 모태가 됐다, 70년대 중반 그녀는 뉴욕에 와서 작가이자 편집자인 고든 리사를 스승으로 만났으며, 그로 인해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플로리다 대학에서 창작 강의 교수이며 레이몬드 카버 · 메릴린 로빈슨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 소설가로 일컬어진다. 『사는 이유(Reasons to Live)』는 1985년에 출간된 그녀의 첫 번째 책으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된 작품집이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그녀의 책으로는 소설집 『At The GateOf The AnimalKingdom』『Tumble Home』등이 있다.

  * 권승혁/ 고려대학교 영문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미국뉴욕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 받음, 현대 영미시인T.S 엘리엇과 에즈라 파운드를 연구했으며, 번역서로는『작가란 무엇인가』1 · 2권,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김진아 공역)가 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영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