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잃어버린 성을 찾아서
이승하
창씨는 해도 개명은 하지 않았다
히라누마 도오쥬우[平沼東柱]
일본 본토에 가 공부한다는 것이 그다지 욕된 일이었을까
성씨를 고쳐 신고한 날 1942년 1월 29일
그 닷새 전에 시를 썼지 「참회록」을
여백에 낙서할 때의 기분이 어땠을까
- 시인의 고백, 도항증명, 上級, 힘, 생존, 생활, 문학, 시란? 不知道, 古鏡, 悲哀禁物*
조상을 부정하라고 한다
히라누마 도오쥬우?
하이!
매일 매시간 일본 교수가 출석부 보며 부른 낯선 성
대답할 때마다 떨리는 입술
육첩방은 남의 나라 내 나라가 아닌데
시를 썼기에 요시찰인물
시를 썼기에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16분
후쿠오카 형무소 캄캄한 독방에서
크게 한 번 외치고 쓰러져 죽었다
윤 - 동 - 주 -!
-전문-
* 1942년 1월 24일에 쓴 시 「참회록」의 여백에 써놓은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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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학』2019-여름호 <권두시>에서
* 이승하/ 1984년《중앙일보》신춘문예 시 부문 & 1989년《경향신문》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 시집『감시와 처벌의 나날』『나무 앞에서의 기도』등, 시선집『공포와 전율의 나날』, 소설집『길 위에서의 죽음』, 평전『마지막 선비 최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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