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바다』2019-여름호 <화보/ 풍경과 상처 23>
청개구리가 뛴다
윤명수(1941~ )
청개구리가 뛴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뛴다
돌을 던지면
돌이 닿기도 전에 뛴다
콩알 튀듯이 뛴다
일단 뛰고 본다
뿔뿔이 흩어지면서 뛴다
앞만 보고 뛴다
번갯불처럼 뛴다
뱃가죽이 다 닳도록 뛴다
살기 위해 뛴다
뛰는 줄도모르고 뛴다
-전문-
▶ 유쾌한 시다. 푸른 연잎에 후두둑 떨어지는 여름비, 여기저기서 청개구리들이 뛴다. "뛰는 줄도 모르고 뛴다" 뛰면서 자기들끼리 부딪치기도 한다. 그래도 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우주와 한 몸이다. 돌멩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물가에 가지 말라 했건만 청개구리답게 우르르 몰려간 게 틀림없다. 청개구리들이 뛰는 건 본능이고 맹목이다. 어쩌면 뛰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먹이사슬 약자의 비애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싱싱한 천둥벌거숭들이 놀라운 것은 왜일까? 우리도 한때 지녔으되 이제는 알아버린 이 세계와의 전체성 때문이 아닐까. ( 김점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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