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사>
모든 시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화였다
이도훈/ 시인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라는 용어를 '인디'나 '독립'이라는 용어로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어렵다. 예술 분야마다 정의하는 것이 다르고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범주로 사용하므로 명확한 선을 긋지는 못한다. 일반적으로 정리하자면 인디(independents의 약칭)나 언더그라운드라는 용어는 비주류를 뜻한다. 하지만 인디라는 것은 '주류와는 다른'의 의미가 강하고 언더그라운드라는 것은 주류와 같은 성향을 지닌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문학의 현대적 해석은 주류로 가기 위한 하나의 전단계로 보는 것이 옳다.
이런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은 서구의 후원자 제도와 관련이 있다. 과거 서구의 예술분야는 귀족의 재정적 뒷받침 속에서 형성되었다. 막대한 부를 지닌 이탈리아 상인들의 후원을 받아 르네상스 시대가 온 것이 좋은 예이다. 반면 재정적으로 빈곤한 대중 예술은 자생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산업화를 통하여 경제구조가 바뀌면서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고 주류와 비주류는 한 시장 안에 놓이게 된다. 경쟁과 화합을 통하여 서로를 적극적으로 견제하면서 결과적으로 주류가 비주류를 이끌어 가거나, 비주류가 주류의 방향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바로 요즘 문화가 대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는 현상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후원자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았으며, 대중문화가 팽창하면서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문화만이 중심을 이루었다. 그러므로 주류 문화에 대항할만한 하위문화나 비주류 문화가 없었고, 주류 문화 또한 그나마 있는 비주류 문화를 소외시키는 경향도 있었다.
대표적인 언더그라운드 문학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적은 수의 문인(시인)들이 모여 지역 문화를 이끌고 그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바로 풀뿌리 문학이 가장 잘 정착한 모습을 보여준다. 예전에 월간지 작업을 하면서 일본 시인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시인들의 모임, 작품발표나 시집 출간 등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시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강했다. 반면에 우리는 어떠한가?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시잡지에 등단을 하려고 오랫동안 준비하고, 신춘문예에 등단하려고 많은 시간을 들여 시공부와 창작에 열중하고 있다. 지역 모임에 참여하거나 같은 문학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활동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월간지를 통하여 등단한 나조차도 등단하기 전까지 지역 모임에 나가거나 지역에서 활동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던 거 같다. 시를 좀 쓴다는 사람들은 모두가 신춘문예만 보고 있지 않은가.
등단하고 나서 부천 지역에 있는 시공부 모임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간단하게 시창작에 대하여 설명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동안 내가 배웠던 것을 바탕으로 그분들의 시를 평가하고 현대시작법에 대한 설명을 조금 하였다. 그 모임에는 교직에서 정년퇴직을 한 분들도 몇 분 계셔서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요새 일본에서는 나이 많으신 분들이 신인상을 받아 문단에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시쓰기를 포기하지 마시고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도 곧 신춘문예에 나이 많으신 분들도 당선되어 문단에 나올 수 있을 겁니다." 2년 후 그곳에 계셨던 한 분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물론 그분은 여러모로 시공부를 하느라고 시간을 많이 투자하셨다고 한다. 우리는 시를 위해 모이고, 시를 공부하고, 밤을 새워 고뇌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시인이다. 시를 쓰고 내 시가 인정받고 그래서 좋은 시인으로 평가받고 싶어 한다. 많은 시인들이 매년 신춘문예에 도전한다. 언젠가는 될 거라 생각하고 있다. 옛날에 임금님이 기우제를 드리면 꼭 비가 왔다고 한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드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 시를 좀 쓴다는 대부분의 시인은 신춘문예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등단제도나 신춘문예의 폐단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등단이나 신춘문예를 응모하는 과정을 통하여 더 노력하게 되고 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등단을 통하여 변화하는 내 시를 직적 체험하였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언더그라운드 문학이라고 해서 여기에 안주하는 것은 아니다. 언더그라운드 문학은 주류로 진입하기 위한 단계이다. 자신의 문학색채를 내놓고 서로를 평가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랜 기간 내 시어를 숙성시켜 나갈 것이다. 끊임없이 시를 창작하고, 퇴고하고, 밤새 고뇌하며 쓴 시어들은 다음날 또 지워나갈 것이다. 그래서 알맹이만 남았을 때, 내 시가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선배 시인들의 작품을 통하여 풀어야 할 숙제들을 계ㅖ속 풀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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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를 준비하면서 많은 선생님들과 선배 시인들께서 작품을 보내주셨습니다. 원고를 받을 때마다 정말 눈물 나도록 감사했습니다. 귀중한 선물로 간직하겠습니다. 또 어르신에서부터 초등학생 문우들에 이르기까지 원고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글은 모두 훌륭합니다. 200편이 넘는 응모작품 가운데 선별된 작품을 창간호에 실었습니다. 내 작품이 실렸다고 해서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 쓰기에 더 정진하고 작품을 갈고 닦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싣지 못한 문들도 괜찮습니다. 나의 글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다시 갖기를 바랍니다. 아마 그대보다 제가 더 많은 공모에서 낙선했을 것입니다. 작품이 공모에 떨어졌다고 하여 그 작품을 버리는 시인은 없습니다. 시를 더 공부하고, 다시 읽어보고, 여러 번의 퇴고를 하며 다음을 또 준비하기 바랍니다.
이 책을 접하는 모든 이들이 글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9년 6월
발행인 이도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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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년간『시마詩魔』창간호 2019. 06. <발행인의 글>에서
* 이도훈/ 시인, 시집『맑은 날을 매다』, 본지 발행인 & 도서출판 <도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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