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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마라/ 신영배

검지 정숙자 2019. 6. 15. 11:03

 

    나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마라

 

    신영배

 

 

  있는 그대로, 그녀는 아름다움을 썼다.

  창가에서의 몸부림, 그녀가 가진 달빛의 전부.

  흐린 눈을 잠재울 수 없어

  있는 그대로, 그녀는 슬픔을 썼다.

  힘이 힘에 힘을 주어서

  있는 그대로, 공포를 썼다.

 

  그녀는 쓴 것을 법정에서 읽어야 했다

  피고인석엔 시인처럼 소설가처럼 그들이 앉아 있었다.

 

  슬픔이 정말 슬픔인지

  공포가 과연 공포였는지

  그들이 물었다.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설명해 봐라.

  그들이 소리쳤다.

  달빛을 데려와라.

  판사가 명령했다.

 

  달빛을 끌고 가는 슬픈 여가자 있었다.

 

  말들이 다 떠난 밤에

  어둠만이 책을 쓰는 캄캄한 밤에

  쓰러지는 것들의 길가에

  고요히

  접힌 부분이 다 펴지는

  꽃송이,

  달빛의 전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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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영배 시인의 사물이야기『물사물 생활자』에서/ 2019. 5. 30. <발견> 펴냄

  * 신영배/ 2001년『포에지』로 등단, 시집『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물속의 피아노』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