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마라
신영배
있는 그대로, 그녀는 아름다움을 썼다.
창가에서의 몸부림, 그녀가 가진 달빛의 전부.
흐린 눈을 잠재울 수 없어
있는 그대로, 그녀는 슬픔을 썼다.
힘이 힘에 힘을 주어서
있는 그대로, 공포를 썼다.
그녀는 쓴 것을 법정에서 읽어야 했다
피고인석엔 시인처럼 소설가처럼 그들이 앉아 있었다.
슬픔이 정말 슬픔인지
공포가 과연 공포였는지
그들이 물었다.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설명해 봐라.
그들이 소리쳤다.
달빛을 데려와라.
판사가 명령했다.
달빛을 끌고 가는 슬픈 여가자 있었다.
말들이 다 떠난 밤에
어둠만이 책을 쓰는 캄캄한 밤에
쓰러지는 것들의 길가에
고요히
접힌 부분이 다 펴지는
꽃송이,
달빛의 전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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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시인의 사물이야기『물사물 생활자』에서/ 2019. 5. 30. <발견> 펴냄
* 신영배/ 2001년『포에지』로 등단, 시집『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물속의 피아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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