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갈라파고스
정숙자
건져 먹을 뿐 아니라 파먹기도 한다
먹히지 않기 위해 파, 는
매운 맛으로 진화했지만 그 정도쯤이야
씀바귀도 달콤한 걸
민어民魚 역시 먹힐까 봐 촘촘 가시로 무장했으나
그래도 먹는다 인간은
발라먹다와 파먹는다는 결국 같은 패
나는 너로부터 시시각각 <시 <들 <시 <들
너는 나로부터 시> 시> 각> 각> 산들산들
이건 무서운 일, 그러나 일상적인 일, 그리고 반복되는 일, 더구나 어찌해 볼 도리 없는 일, 그러므로 (살아 있는 한 살게 되는 게… 살아 있는 한 살아야 하는 게… 살아 있는 한 살지 않을 수 없는 게… 살아 있는 자로서의 영원회귀) (견딤과 겪음) 그러니까 삶이란, 그렇지 입이란, 그렇고말고 인간이란,
여기 지구에 와서 인간을 보았으면 다 본 것이다. 히말라야보다, 대서양보다, 킬리만자로보다, 양자강보다 사막보다 더한 것.
여기 지구에 걸려 인간을 거쳤으면 다 거친 것이다. 독수리보다, 사자보다, 독사보다, 꿀벌보다, 미꾸라지보다, 별보다 더한 것.
여기 지구에 갇혀 인간을 앓았으면 다 앓은 것이다. 비바람보다, 도깨비보다, 뜬구름보다, 밤안개보다, 땡볕보다도 더한 것.
그들이 섬이다
젓가락부터 지문/홍채에 이르기까지 열쇠가 다양하지만
한 그루의 흉곽 열어젖힐 번호는 없다
칠십억 곁쇠를 꽂고 돌려도
단 한 명의 두 눈을 풀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것! 간신히 날아오른 나비- 날개
먹었다는 사람 아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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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학』2019-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