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양채영 시인/ 초목草木의 시학, 화훼花卉 의 미학_ 박제천 시인
일여一如 양채영(梁彩英, 본명 양재형 1935년 11월 22일~2018년 9월 15일, 향년 83세)이 노환으로 별세했다.
양채영 시인은 풀과 나무의 시인이다. 등단 이래 50여 년 외길로 초목草木의 시학, 화훼花卉의 미학을 빚어왔다. 한마디로 말해 초목의 시인이다. 시인의 술회처럼 양채영 시인은 아마도 우리 나라 시인 중에 초목을 가장 많이 작품화한 시인일 것이다. 충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40여 년의 교직생활 대부분을 시골 초등학교에서 보낸 시인은 "풀꽃에 다가서면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1966년 등단 이래 지금까지 펴낸 10권의 시집을 통해 시인의 작품은 언제나 초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필자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은사시나무잎 흔들리는』의 해설에서도 시인의 초기시가 "식물적 상상력"을 근간으로 삼되, 더불어 이미 있어온 자연이 아니라 양채영 문학지도가 새로이 조성하는 자연임을 주목한 바 있었다. 다시 말해 양채영 시인의 시세계가 상징화된 이미지의 미학적 형상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비유하자면 미당 서정주의 제자였던 박재삼 시인이 미당의 시적 특성 중의 하나인 서정적 감성을 깊이 있게 발전시켜 독자적인 세계로 구축하였듯이 양채영 시인 역시 스승인 김춘수 시인이 추구하던 순수 이미지의 시세계에서 갈래져 초목의 이미지와 상징성을 내세우는 식물적 상상력의 독자적인 시세계를 형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할 수 있다.
예컨대 양채영 시인이 다루는 초목은 그 식물성을 기반으로 삼아 자연은 물론 사람이나 동물, 바람이나 구름까지도 초목의 이미지는 물론 초목의 상징성과 초목의 의인화에 이르기까지 초목의 감성, 초목의 눈과 귀로 표현되고, 초목의 목소리로 읽어내는 것이 특징적이다.
아홉 번째 시집 『개화』로 펜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한 뒤 시인의 청소년기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풀과 나무와 관련된 시와 산문으로 펴낸 자전적 시문집 『풀꽃에게 말을 걸다』를 보면 시인의 이런 식물적 상상력은 시인의 삶과 시가 한 몸을 이루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의 발문에서 동향 출신의 신경림 시인은 "양 시인은 시를 보면 그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된 삶의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며 "풀꽃을 즐겨 시로 쓰는 까닭은 그 풀꽃에서 사람의 사는 모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덩이덩이 꽃구름덩이」「들찔레꽃」「미움을 모르는 바보, 감자꽃」「사랑을 속삭이는 황홀한 번득임, 물봉숭아」「초록 치마 흰 저고리의 여인, 옥잠화」「보일 듯 말 듯한 희망, 벼꽃」「태양을 삼킨 당당함, 해바라기꽃」「설움을 함께 나누는 벗, 진달래꽃」「버려서 얻는 것들, 메꽃」「지상에서 빛나는 별 이름, 황금부채붓꽃」과 같은 시문집의 수록 제목들만 보아도 초목을 식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애인이나 형제, 친구처럼 시인의 삶을 같이 사는 캐릭터로 형상화되기에 인디언 작명법처럼 초목들 하나하나마다 마치 초등학교 신입생에 어울리는 새 이름표를 달아주는 시인의 심성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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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창작』2018-겨울호 <양채영 시인 추모>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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