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생선의 눈
정숙자
죽고 싶다. 죽어야겠다. (차라리)
그런 마음. 꺼내면 안 돼. 왜냐고?
저 머나먼
경계 밖에서
그랬잖아
살고 싶다. 살아야겠다. (진정으로)
그런 바람 포개다가 여기 왔잖아
엄마 wormhole을 통해 왔잖아
갖고 싶었던 그 삶
지금이잖아. 여기가 거기잖아
죽어본 적 없으면서 겁 없이 '죽음 희망' 그런 거
품지 말자꾸나. 우리! 경험으로 죽는 건 괜찮지만
경험일 수 없는 죽음 속에서
오늘 이 순간 아주 잊은 채
다시 태어나고 싶을 거잖아? 이게 몇 번째 생일까 생각해봤니? 만약 말이야. 그 비밀이 열린다면, 우린 또 얼마나 큰 후회와 자책/가책에 시달릴까 생각해봤니?
접시에 누운 생선이 나를 바라보면서···
종을 초월한 자의 언어로 그런 말을 하더군
그로부터 난 생선의 눈을 먹지 않게 되었지
- 웹진『시인광장』 2018-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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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1부/ p.46-47)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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