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완전명사/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8. 9. 16. 19:12

 

 

    완전명사

 

    정숙자

 

 

  신생아에게 어른은 신이다

 

  태어나자마자 울지 않으면 그는 온전한 인간으로의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어른은 그 손 지키기 위해 두 발목 거꾸로 모아 들고 볼기를 친다.

 

  울어라, 울어라, 울어라,

 

  소리쳐 울지 않으면 안 된다

  살려거든 울어라

  아기가 가까스로 울음을 터뜨린다

  안도한다 겨우

  될까? 인간이?

  그리고 신은 수시로 확인한다

 

  그에게 주어진 길 다 겪을 때까지··· 언제 울었는지, 다시 울 수 있는지, 온전한 인간으로의 발걸음이 아직도 그대로인지. (이제는 볼기가 아니다)

  마음을, 정신을, 경계를 뒤흔들어보기도 한다. 어쨌든 언제든 울 수 있는 심장이 남아있어야만 (인간적인···) 너무나 비인간적인 인간에서 벗어난다.

 

  삶의 보증서,

  고통 뒤에

  직인이 찍히기를 기다린다

 

  신은 안다 그 체읍이 사기인지 아닌지 한눈에 파악한다

 

  투명한, 눈물··· 그 너울 속에 꽃눈 하나, 깃털 한 잎 들어있다

  내 엄동 뒤에, 당신의 설한 속에···

    - 『문학과창작 』2018-가을호

 

  ----------------------------

  * 시집 『공검 & 굴원』(4부/ p. 126-127)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