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은 직선으로 부서진다
정숙자
녹음 ~ 흐름~~~
이미 나유타 겁의 경험을 내재한 그
그의 순수는 선천적이라지만, 어느 정도는 경험의 소산일 거야. 그의 전신, 혹은 그의 의식은 어떤 경우에도 (가급적) 대상을 왜곡지 않아.
볕을 만나면 유유히,
혹한이 스미면 서서히 멈추곤 하지
그러나 만일 꽁꽁 언 그를 누군가 가격한다면
물답게. 얼음답게. 즉각적으로. 온몸으로. 대상을 정황을 상황을 흡수하지. 얼핏 부서져 보이지만 그건 수용이야. 온몸으로 받아들인 대상을 정황을 상황을 분석/파악할 수 있게 되지. 깨어진 조각조각 면면마다 선마다 비의가 눈떠.
왜 아프지 않겠는가
하지만 물은
사유하는 물이므로
통증을 길쌈하여 맑음을 새기곤 하지. 물은 그렇게 얼었다 녹았다 의문을 풀어 나가지. 그렇게 둥근 지구를 얻고, 별들을 왕래하며 흐르는 봄과 두루미도 데리고 오지. ‘다시 얼면 되니까’, ‘다시 흐르면 되니까’ 늘 한쪽 팔 문질렀지만.
물은 자신과 꼭 닮은 친구도 있지
화탕지옥 견뎌낸 유리 창, 유리 인형,
유리 바이올린까지
그들은 서로 끓었던 얼었던 시공을 기억하지
그래서 그런 것일까
설령 원형감옥에 갇힐지라도
정공법 말고는 거들떠보지도 않지
-『포지션』 2018-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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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1부/ p. 26-27)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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