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급류/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8. 12. 17. 01:57

 

    급류

 

    정숙자

 

 

  일단 숨기고 태어난다

  빽빽한, 이빨,

 

  그리고 그 이빨들은 모든 칼  날 속에 숨어 있다

 

  칼집 속의 칼과 칼집 없는 칼

  붉고 푸른 각종 칼들은

  흐핫, 명명되기 이전에 벌써

  위치와 용도가 구획된다

 

  장인은 예정  결정한다

  떼끼칼 식칼 막칼 등 수많은 길, 구상  배치한다

  너는 어떤 칼이고 싶으냐? 묻지 않는다

  멋대로 쇠를 고르고 달구고 두드리며 식히고 편다

 

  아주 가끔 칼자루에 보석을 박거나 칼집에까지 당초무늬를 새겨 넣기도 한다

 

  우아한 칼, 수首級에 빛나(?)는 칼

 

  그러나 이빨이 빠지면 그만인 칼들

 

  그러나! 그러나! 정작 그 칼들은 무서운 칼이 아니다

  스스로 변신하는 칼이며 답변하는 칼이며

  걸어 다니는 칼

  흔하디흔한

 

  웃음소리까지 내는 그 칼들이 

  (흰 칼이 되기도 하는 그 칼들이)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여긴, 밤 낮 밤 낮

  흐르는 황야

   - 『시현실』2018-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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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공검 & 굴원』(1부/ p. 38-39)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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